
지난 20년간 대북 라디오 방송을 운영하며 북한 인권·민주화 운동에 헌신했던 김성민 전 자유북한방송 대표가 12일 향년 62세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2017년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한때 병세가 호전됐지만, 지난해 암이 전이돼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고인은 1962년 북한 자강도 희천시 출신으로, 김형직사범대학 어문학부를 졸업한 뒤 북한군 예술선전대에서 작가로 활동했다. 1995년 북한을 탈출해 1999년 2월 한국에 입국한 1세대 탈북민이다. 입국 초기부터 북한 인권운동에 투신했고, 2000∼2003년 탈북민 단체인 백두한라회 회장, 2003∼2004년 탈북자동지회장을 맡아 탈북민 활동가들의 '맏형' 역할을 했다.
2004년 4월 대북 인터넷방송 자유북한방송을 창립해 20여 년 동안 대표로 활동했다. 처음에는 인터넷방송으로 시작했지만 2005년 12월부터는 단파방송으로 전환했다. 고인이 제작한 대북 방송 프로그램을 수잰 숄티 디펜스포럼 대표가 이끄는 미국자유북한방송으로 보내면 미국에서 영국 업체를 통해 전 세계로 단파를 쏘는 방식이었다. 그는 방송 중단을 요구하며 보낸 협박 소포와 편지, 이메일을 받으면서도 방송을 멈추지 않았다.
2004년부터는 매년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북한자유주간' 행사를 숄티 대표와 공동으로 개최하면서 열악한 북한 인권 실태를 국제사회에 알렸다. 2023년에는 통일부 북한인권증진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고인은 2005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 4월 자유문학을 통해 등단해 시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6월에는 자전적 시집 '병사의 자서전'을 펴냈다.
고인은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국경없는기자회 '올해의 매체상'(2008년), 대만 민주주의기금 '아시아 민주인권상'(2009년), 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북한인권상'(2019년)을 받았다. 지난해 7월 제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행사에서는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다. 탈북민으로서 북한주민의인권보호와 탈북민 정착에 헌신한 공로로 국민훈장을 받은 것은 그가 처음이다.
1995년 문명옥씨와 결혼해 딸 김예림씨를 뒀다. 빈소는 이대서울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