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바이오] 삼성의 해결사 '바이오'…이재용의 해결사 '존 림'

2025-02-17

삼성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바이오

존림 체제 이후 고속 성장 반열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닻 올려

제약·바이오 산업을 이끄는 누군가(Who)의 이야기를 후(Who)련하게 파서 보여드립니다. 이 코너에 꼭 등장했으면 좋겠는, 혹은 등장하지 않으면 서운할 인물이 있다면 제보 환영합니다.

해결사. 말 그대로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다. 축구 경기에서 결정적인 득점을 하거나, 어둠의 세계에서 골치 아픈 인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보통 해결사로 지칭한다. 기업에서는 정체된 성장 활로를 뚫어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경영자에게 이 호칭이 붙는다.

삼성그룹의 해결사로 이재용 회장이 지목한 분야는 ‘바이오’다. 바이오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해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그러나 삼성에게도 낯설기만 했던 바이오 산업 진출을 위한 해결사가 필요했다. 2020년 삼성은 마침내 바이오 사업의 활로를 뚫을 해결사, 존 림 대표를 찾았다.

2011년 국내 제약 바이오 산업의 ‘신예’로 등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23년 연간 영업이익 1조원을 돌파하고, 2024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최초 연매출 4조500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최고의 자리의 오르기까지는 존 림 대표의 강력한 리더십과 풍부한 노하우가 큰 역할을 했다는 데 업계의 의견이 일치한다.

‘삐그덕’ 시작에 등장한 바이오 전문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초기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바이오를 반도체에 버금가는 미래 먹거리로 육성해 ‘제2의 반도체 신화’를 이루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비전을 짊어진 기업이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였다.

이재용 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삼성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바이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거론하며, 집중 육성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2015년 중국 보아오 포럼에 참석 당시 “삼성은 IT, 의학, 바이오의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바이오 산업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원대한 출사표와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출범 이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존림 대표가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담당 부사장으로 합류한 2018년 당시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 고객사는 단 3곳에 불과했다.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지가 제한적이었던 영향이다.

생산 능력과 포트폴리오 또한 제한적이었다. 2020년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3공장을 가동, 총 캐파(생산능력)가 36만4000ℓ에 불과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또한 위탁개발생산(CDMO) 대비 수익성이 낮은 위탁생산(CMO) 위주로 마련됐다.

그러나 ‘해결사’ 존 림 대표 부임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GSK, 일라이릴리,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노바티스, 화이자 등 다수의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수주 계약을 따내며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난 1월에는 유럽 소재 제약사와 2조원 규모의 대형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광폭 행보를 보였다.

35년 제약·바이오 경력이 바탕이 된 존림 대표의 노하우와 글로벌 네트워크가 대규모 수주 행진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존림 대표는 제넨텍, 로슈 등 미국과 유럽에서 기술 운영, R&D 경력을 쌓아왔다. 앞서 아스텔라스에서는 경영과 영업 마케팅, 사업 개발과 전략 기획 등 여러 분야에서 고위 리더십 역할을 수행했다. 이재용 회장 또한 존림 대표의 글로벌 리더십을 신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 ‘효자’로 등극한 바이오

생산 능력 또한 크게 개선됐다. 존림 대표 체제 아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생산 규모 확장에 나섰다. 존 림 대표는 취임 이후 4공장 증설에 속도를 냈다. 2020년 11월 건설을 시작한 4공장은 23개월 만에 6만ℓ 부분 가동을 시작했다. 2023년 6월에는 남은 4공장 18만ℓ 또한 가동에 돌입해 성공적인 전체 가동에 들어갔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증가하는 바이오 의약품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5공장은 1~4공장의 최적 사례를 집약한 18만ℓ 규모의 생산 공장으로 2025년 4월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5공장이 완공되면 1~4공장을 포함해 총 78만4000ℓ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또한 오는 2032년까지 6~8공장을 추가로 지어 생산 용량을 132만4000ℓ로 확장하는 것을 계획하고 있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도 대규모 수주의 기반이 됐다. CMO를 넘어 위탁개발생산(CDMO)로 영역을 넓히며 개발부터 제조까지 넓은 범위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일반적으로 CDMO 경우 CMO보다 더 많은 부가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사업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존 림 대표는 최근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항체-약물 접합체(ADC)에 대한 투자도 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ADC CDMO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용 생산 시설을 완공했다.

삼성그룹의 핵심 사업인 전자, 반도체 위기감이 커진 지금 바이오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존 림 대표 체제 아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년 20% 이상의 매출 성장과 30% 내외 영업이익률을 내는 알짜 회사로 자리 잡았다. 실적 한파를 맞이한 전자 사업 부문과는 대조된다.

존 림 대표의 추진력은 ‘위기를 기회’로 삼는 기조와 이어진다. 존 림 대표는 지난해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 USA 현장에서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을 ‘기회’로 인식한다는 뜻을 드러냈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그 이후 ‘조’ 단위의 수주 소식을 잇달아 전했다. 존 림 대표는 수주 및 생산력 확대,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같은 모든 CEO들의 희망을 가시적인 성과로 증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시한 ‘연 매출 5조원’이 목표 달성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 것도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해결사’ 존 림 대표라는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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