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는 양질의 고기 단백질을 공급하는 방법과 함께 생명을 가치 있게 다루는 것을 가르칩니다.”
북한강을 따라가다 보면 경기 가평에 있는 독특한 학교가 눈에 띈다. 바로 독일 마이스터 학교인 ‘제1 바이에른 육가공학교 란트슈트’의 유일한 해외 분교 ‘한국바이에른식육학교’(대표 유병관)다.
유병관 대표는 광주과학기술원(GIST)에서 2016년 신소재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독일로 떠나 육가공을 공부했다. 육가공업체와 육가공 교육기관를 운영하던 부친의 뒤를 잇기 위해서다. 부친이 운영하던 교육기관은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식육즉석판매가공업 교육 수행기관으로 지정됐다. 유 대표는 한국으로 돌아와 2018년 분교로 다시 열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독일의 육가공 기술을 배우고 돌아와 보니 한국의 육가공산업은 아직 걸음마단계임을 깨달았다”면서도 “저등급·비선호부위 고기를 ‘사퀴테리’(염장·훈연·발효한 유럽식 육가공품)로 만든다면 그 가치는 몇배로 뛰어오를 수 있다”고 국내 육가공시장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같은 자신감은 학교 운영 철학에도 투영됐다. 학교 1층에는 ‘동물이 준 생명의 선물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표어가 써 있다. 고기는 증명된 기술력을 갖춘 전문가의 손에서 다뤄져야 하며, 버려지는 부위 없이 모든 고기가 가치 있게 소비돼야 한다는 평소 지론이 담겼다.
국내 육가공산업 현실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유 대표는 “고기를 다루는 사람과 가공하는 사람이 구분돼 있다보니 기술적 진입 장벽이 높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 대표는 “바이에른식육학교는 독일식 육가공 제조법부터 돼지 발골 정형 기술, 건식 숙성법 등 육가공 전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실습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커리큘럼을 구성했다”면서 “실력 있는 식육가공기사를 양성하는 것이 가공육산업 발전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가평=이유리 기자 glass@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