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 중에 라면 모양으로 생긴 ‘뿌셔뿌셔’라는 이름의 과자가 있다. 과자 이름으로 등장하는 ‘뿌셔’는 ‘뿌시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그런데 ‘뿌시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부수다’와 ‘부시다’의 비표준어라고 풀이돼 있다.
‘소주’를 ‘쏘주’라고 하면 보다 강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부수다’를 ‘뿌시다’라고 하면 좀 더 강렬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뿌시다’라는 표현이 유행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강아지나 고양이처럼 귀여운 것을 보고 “지구 뿌셔, 우주 뿌셔”와 같이 표현한 글이 넘쳐났다. 재미있는 표현이긴 하지만 바른 표현이 무엇인지는 알고 넘어가야 한다.
‘단단한 물체를 여러 조각이 나게 두드려 깨뜨리다’라는 의미를 지닌 표현은 ‘뿌시다’가 아닌 ‘부수다’이다. ‘부수다’를 활용하면 ‘부셔’가 아닌 ‘부수어’, 줄이면 ‘부숴’가 된다. ‘부셔’는 ‘부시다’를 활용한 표현이다. ‘부시다’는 “햇빛에 눈이 부시다”에서와 같이 ‘빛이나 색채가 강렬해 마주 보기가 어려운 상태에 있다’, “그릇을 물로 부시다”에서처럼 ‘그릇 등을 씻어 깨끗하게 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되는 낱말이다.
이제 앞으로 돌아가 과자의 이름을 바르게 고쳐 보자. ‘부숴 부숴’가 바른 표현이지만 과자 이름으로 쓰기엔 어울리지 않는다. 과자의 명칭은 작명 과정에서 ‘부숴 먹는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구매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기 위해 일부러 맞춤법을 파괴한 예외적 사용으로 봐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