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제조소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정기 실태조사 결과의 공개 방식을 대폭 손질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결과를 공개하되 기업의 정당한 비공개 사유만 제한적으로 인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도 최근 기업들의 의약품 허가신청서에 대한 보완점을 대중에게 공개키로 하는 등 규제기관들이 잇따라 ‘알 권리’ 강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GMP 적합판정서부터 지적사항을 보고서 작성 단계부터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하는 부분만 제외하고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바꿨다. GMP는 의약품을 생산할 때 지켜야 하는 규정으로 의약품 품질 및 소비자 안전과 직결된 만큼 위반 시 경중에 따라 경고부터 GMP인증 취소(생산자격 박탈) 등의 행정조치가 이뤄진다.
그동안 GMP 조사 결과는 조사관이 작성한 보고서를 업체에 통보한 뒤 업체 요청이 있으면 해당 부분을 비공개 처리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이어졌다. 가장 강력한 행정조치인 GMP 취소 처분을 받아도 정확한 위반 내용을 알 수 없어 소비자 입장에선 섭취한 약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 지 알 수 없었다. 이와 함께 보고서마다 공개 수준도 제각각이라 업계에서도 타 회사의 지적사항을 참고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도 실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업계와 국민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식약처는 9월 1일 이후 발급되는 GMP 적합판정서 지적사항을 '중대·중요·기타' 3단계로 분류한다. 또한 위반의 정도에 따라 '행정처분' 절차 대상인지, 단순 '보완' 대상인지를 명확히 구분해 기록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중대·중요 지적은 행정처분 절차가 진행되며, 기타 지적은 보완계획서의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적합 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시한다. 보완 완료 여부나 이행계획서 인정 여부를 결과 보고서에 함께 기재해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일 예정이다.
최근 의약품 규제기관들은 잇따라 국민 알권리를 강화해나가는 추세다. FDA는 올 7월 “기업들이 승인거절 사유를 축소하거나 왜곡해 발표하는 경우가 있다”며 영업기밀과 개인정보를 제외한 보완요구서한(CRL) 문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FDA는 7월 승인된 의약품과 관련된 202개의 CRL을 홈페이지에 공개한 데 이어 9월 미승인 의약품의 CRL 89건을 추가 공개했다. CRL은 의약품 심사 과정에서 FDA가 승인을 하기 어렵다고 판단할 때 기업에게 보내는 공식 서면 통지다. 승인 거절의 구체적 사유, 추가로 요구되는 보완 사항 등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