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원 세수결손, 주택도시기금으로 ‘돌려막기’ 여파
2조5000억원 줄어…기초생활수급자 매입임대 예산 45% 싹둑
정부는 “예산 줄여도 공급물량 늘릴 계획…전용에도 문제없다”
정부가 올해 30조원의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주택도시기금을 끌어쓰기로 한 가운데 내년도 저소득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세 정책으로 세수 부족이 지속되자 정부가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줄이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참여연대는 11일 ‘2025년 공공임대주택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내년도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올해보다 15.4%(2조5000억원) 줄어든 13조8781억원이라고 밝혔다. 공급 유형별로 보면, 정부가 저소득층 임대주택을 직접 짓는 건설공공임대주택 예산(5조2866억원)이 올해보다 6.8% 줄었다. 정부가 주택도시기금 재원을 활용해 기존 주택을 사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에게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매입공공임대주택 예산(3조3175억원)은 올해보다 45.1% 삭감됐다.
참여연대는 “정부가 부자 감세 등으로 세수가 부족해지면서 공공임대 관련 예산 편성과 집행을 줄이려 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올해 30조원의 세수결손이 예상되자 주택도시기금 여유재원 중 2조~3조원을 끌어쓰기로 한 바 있다. 주택도시기금은 국민이 낸 주택청약저축 납입금 등으로 재원을 조성해 공공임대주택 건설 등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쓰인다. 박효주 참여연대 주거조세팀장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 써야 할 주택도시기금을 세수가 부족하다고 끌어쓰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부자 감세의 피해를 서민에게 전가했다”고 비판했다.
확정된 공공임대주택 예산조차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국회가 확정한 2022년 장기공공임대주택 예산 15조6000억원 중 3조2000억원(20.3%)을 삭감하고 12조3000억원만 집행했다. 지난해엔 10조9000억원 중 4조원(36.2%)을 삭감하고 6조4000억원만 집행했다.
정부가 세수결손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2년부터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전용해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하는 등 ‘기금 돌려막기’를 해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2022년 3조2000억원, 2023년 4조원의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주택구입융자사업 등에 전용했다. 특히 2022년에는 영구임대주택 출자 사업에 쓰여야 할 예산 807억원을 공자기금 예탁, 기타민간예수금 원금·이자 상환에 전용했다.
정부는 “세수결손과 예산 삭감은 무관하다”며 “내년에도 역대 최대 규모로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등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지원을 폭넓게 확대할 계획”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정부는 내년 공공임대주택 공급계획 물량을 올해보다 32.2%(3만7000호) 늘린 15만2000호로 잡았다. 예산을 줄이고도 공급계획 물량을 늘릴 수 있는 이유는 예산 집행 방식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2~3년치 건설비용을 정부가 한 번에 편성했다가 이번에 1년 단위로 주도록 예산을 효율화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택도시기금 전용도 법적으로 허용된다는 입장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기금 지출금액을 변경할 때는 국회 승인을 받는 게 원칙이지만, ‘주요 항목’의 경우 정부가 20% 범위에서 국회 동의 없이 지출금액을 바꿀 수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2022년 주택도시기금을 ‘기금 돌려막기’에 쓴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불용이 예상되는 사업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불용하거나 전용했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