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적자 5개월새 15조 늘어…보험료 올려 연내 매듭지어야"

2024-11-12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지금 질의를 하기 위해 저에게 주어진 5분의 시간 동안에도 국민연금에 3억 원의 적자가 쌓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내는 돈에 비해 받는 돈이 많아 제도 개선 없이는 적자가 쌓이기만 하는 국민연금의 구조적 문제를 짚은 발언이다. 실제로 연금 개혁이 지연되면 하루 기준으로 885억 원, 매년 32조 3000억 원의 적자가 쌓인다는 게 정부 추산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서 국민연금 개혁을 올해 반드시 매듭지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해를 넘기면 재보궐선거와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연금 개혁이 사실상 물 건너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5월 말 22대 국회가 개원한 후 누적된 국민연금 적자만 약 14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연금 개혁 논의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22대 국회에서 연금 개혁을 논의할 기구조차 구성하지 못했다. 야당인 민주당은 국민연금법을 맡고 있는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심사하자는 입장이다. 복지위 소속 의원 24명 중 과반인 14명이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을 고려한 전략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로 구성된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꾸리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4대 개혁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도 국회가 논의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니 일이 전혀 진행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정부안을 발표하라 해서 내놓았는데 두 달이 넘도록 공방전만 반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정부안을 발표했다. 2028년 40%까지 떨어질 예정인 소득대체율은 올해와 같은 42%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재정 고갈 시점을 연장하고 세대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자동 조절 장치와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연금 개혁에서 다들 기금 소진 시점을 늦추는 데 집중하는데 사실 추계 기간 내에 기금 소진이 있으면 안 된다”며 “일단 기금이 소진되고 나면 급여 지출을 가입자들이 모두 감당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 지출은 2080년께 국내총생산(GDP) 대비 9.5%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문제는 지출이 많다는 점이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수입이 없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소득보장론과 재정안정론을 불문하고 연금 전문가 모두 이번 연금 개혁을 통해 보험료를 올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소득 보장을 강화하자는 측도 무작정 급여만 올리자는 게 아니다. 보통 정부 재정 투입이나 보험료 인상을 전제한다”며 “21대 국회 연금특위에서도 전문가들은 보험료율 15%안에 합의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 보험료율(9%)은 소득대체율 40%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보험료율(19.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보험료율 인상은 연금 재정 안정화의 최우선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연금 개혁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합의가 된 안건부터 먼저 처리하는 단계적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연금 개혁은 고차방정식이어서 모든 개혁 안건을 한번에 합의하려다 보면 논의가 끝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사회적 합의가 진전된 모수 개혁(보험료율·소득대체율 조정)을 먼저 마무리 짓고 이를 바탕으로 구조 개혁은 시간을 충분히 갖고 논의하자는 것이다. 정부 사정에 정통한 학계의 한 관계자는 “구조 개혁까지 다 논의하기에는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 큰 틀의 개혁을 먼저 한 뒤 크레딧 제도나 수급 연령 상향 등의 과제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야권 관계자 역시 “보험료를 13%로 인상한다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다”며 “소득대체율도 결국 21대 국회 막판에 논의했던 대로 42~44% 범위 내에서 합의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이미 한 차례 의견을 좁힌 적이 있기 때문에 여건만 마련되면 모수 개혁은 의외로 금방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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