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급증하는 인공지능(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AI 인터넷데이터센터(AIDC) 구축에 잇따라 나서면서 시장 선점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주요 기업들은 AI 사업을 강화하는 국내외 빅테크 유치를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동시에 공공·금융 분야의 AI 전환 수요를 확보하려는 전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가비아는 최근 완공한 과천 데이터센터를 기반으로 AIDC 사업에 나선다. 다음 달 말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과천 데이터센터는당초 '네트워크 플랫폼 센터'를 염두에 두고 구축됐지만 고객사의 AI 서비스 도입이 확대됨에 따라 AIDC 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할 방침이다.
가비아는 1999년 설립된 IT 인프라 제공 전문 기업이다. 주요 사업 영역은 클라우드, 인터넷 연동(IX), 도메인, 데이터센터, 보안 등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공 클라우드 부문 점유율 측면에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에 이은 4위 사업자로 평가된다. 지난해 매출액 2616억 원, 영업이익 426억 원을 기록했다. 과천 데이터센터는 2021년 착공에 들어가 지난 달 완공됐다. 대지면적 2만 2412㎡, 지하 4층·지상 6층 규모다. 수전 용량(전력 공급량)은 20메가와트(㎿)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AIDC의 경우 10킬로와드(㎾) 이상의 랙(Rack) 당 평균 전력밀도를 갖춰야 고전력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원활한 가동이 가능하다. 가비아의 과천 데이터센터는 랙당 평균 전력밀도를 20㎾로 설계돼 있어 AIDC로서 역할을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다. 가비아 관계자는 "AI 서버를 위한 고전력랙 수용이 가능한 형태로 구축됐다"며 "AI와 딥러닝 등 개발을 위해 고성능이 필요한 고객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AIDC 시장에는 가비아뿐 아니라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가파른 시장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시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32년 2720억 9000만 달러(364조 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가장 먼저 AIDC를 구축하고 관련 시장에 뛰어든 곳은 NHN클라우드다. NHN클라우드는 지난해 10월 광주광역시에 국가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완료하고, 서비스에 나섰다. 당시 국내 최고 수준인 랙당 평균 전력밀도를 15㎾로 설계해 업계의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해당 AIDC에는 업스테이지와 티맥스AI 등 다양한 기업들이 입주해 AI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또 KT클라우드도 최근 경기 고양시에 백석 AIDC 구축을 완료했다. 고객사의 AI 전환 수요에 맞춰 기존 공간을 AIDC로 전환한 형태다. 또 KT클라우드는 향후 서울 가산과 경북 등의 지역에 대용량 GPU 수용이 가능한 AIDC로 새롭게 구축할 계획이다. SK텔레콤도 다음 달 개관을 목표로 SK브로드밴드의 가산 데이터센터를 AIDC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국내 최고 수준인 랙당 평균 전력밀도를 44㎾로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 AIDC 수요에 대한 더욱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클라우드 기본계획 민간 분과위원장을 지낸 양희동 이화여대 교수는 “국내 AIDC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라면서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은 하드웨어 인프라를 늘리는 것에 집중하기보다는 데이터센터 운영을 위한 기술 경쟁력 강화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