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필칼럼] AI교과서 너무 빠르다

2025-03-31

만학도로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을 때 한국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건 하늘의 별따기였다. 실력보다 커넥션이 중요한 사회의 공고화는 상상을 초월했다. 호구지책을 위해 모대학의 모교수에게 강의를 주실 수 있는지 타진하는 손편지를 보냈다.

다행스럽게 답신이 와서 나는 그 교수를 만나러 학교 연구실로 찾아갔다. 모교수는 내가 전공한 여론과 여론조사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면서 여러 질문을 하셨다. 나는 프랑스 사회에서는 여론의 개념이 매우 중요하며 그 개념에 입각해 여론조사를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한국이 여론조사로 공천을 하는 것은 매우 잘 못된 일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여론조사를 공천에 사용한 민주당의 2002년 대선이 얼마나 잘 못된 것인지도 설명 드렸다. 여론조사란 오차범위가 존재하고 그 오차범위 안에 있는 후보들은 우열을 매길 수 없는 것인데 0.01%라도 앞선 사람이 대통령 후보가 되는 룰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고 비판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한국 사람들 너무 겁이 없다”라는 말까지 드렸다. 그러자 그 교수는 웃으면서 “방법이 없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방법이 없어서라고? 난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방법이 없 다기 보다 일을 쉽게 신속하게 처리하려다 보니 아무 방법이나 사용하는 것 아니던가?

난 요즘 AI 교과서 채택을 서두르고 있는 정부를 보면서도 너무 용감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무엇이 급해 그토록 서두른단 말인가? 다른 나라들은 AI 교과서에 대해 신중론을 펼치며 여러 실험을 하는 중이다. 그런데 한국 교육부는 그런 과정을 거치기보다는 용감하게 밀어붙이는 인상을 준다. 그 결과 세종시는 채택률이 9.5%, 대구시는 100%라는 보도가 전해진다. AI 교과서 채택마저 정쟁의 대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분명 새 기술은 우리가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에 혁명을 일으킨다. 하지만 해결해야할 많은 윤리적 문제를 수반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AI를 훈련하고 가르치기 위한 초기 단계의 방법을 잘 모색해야 한다. 윤리적 원칙에 입각해 기술을 사용하고 모든 학습자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불평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AI 교과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그 효과성을 따져봐야 한다. 교육 지도자는 이러한 도구를 사용하여 학생 성과를 분석하고 콘텐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해야 한다. AI 교과서를 사용한 학생과 전통 교과서를 사용한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비교하기 위해 사례 연구는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실제 부가가치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이러한 도구를 자신의 교육 방식에 잘 통합하기 위해서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혁신을 장려하고 교사들의 디지털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워크숍과 자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학생과 학부모 모두를 교육 변혁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도 필수이다.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새로운 교육적 접근 방식과 디지털 도구에 대해 알리기 위해 인식 캠페인을 실시해야 한다. 부모는 교육 분야에서 AI를 사용하는 데 따른 윤리적 틀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에 대해서도 안심할 필요가 있다.

AI 교과서의 성공적인 전환을 보장하려면 이처럼 거쳐야 할 과정들이 많다. 분명 새로운 기술은 우리에게 주는 이점이 많지만 폐단도 적지 않다. 양자의 갭을 줄이기 위해서는 AI 교과서 채택을 결코 서둘러서는 안 된다. “급히 먹은 밥이 체한다”는 속담도 있지 않던가!미지 위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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