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사람’

2025-08-13

김승종 논설실장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12일 구속됐다.

윤 전 대통령에 이어 김 여사가 구속되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수감된 것이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로, 국격이 떨어지는 참담한 일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창피하기만 하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김 여사 측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한자성어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무십일홍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열흘이나 붉은 꽃은 없다’는 뜻으로 ‘권력은 한 순간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는 ‘권력이나 세도가 오랫동안 지속되지 못하고 결국은 사라진다’는 뜻인 ‘권불십년(權不十年)’이 자주 쓰인다. 화무십일홍이나 권불십년 모두 권력이 덧없음을 상징하는 말이지만 주로 몰락한 권력자들에게 자주 쓰인다.

김 여사 측이 영장실질심사에서 왜 화무십일홍이라는 한자성어를 언급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분분하지만 김 여사 본인이나 변호인들은 정확한 이유를 알 것이다.

만일 작금의 김 여사 처지를 빗대 이 한자성어를 썼다면 쓴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김 여사는 지난 6일 민중기 특별검사팀에 출석하면서 “저같이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심려를 끼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했다. 이 말을 액면 그대로 국민들에 대한 사과로 받아들일 시민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때의 ‘아무것도 아닌 사람’과 화무십일홍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내려놓을 권력이나 권세가 어디 있다는 말인가.

평범한 일반 시민들을 우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김 여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명태균 공천개입 의혹, 건진법사 청탁 의혹, 나토 순방 목걸이 의혹 등 16가지 이상의 혐의를 받고 있다.

물론 이들 혐의가 모두 유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것은 김 여사가 받고 혐의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사안들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김 여사 구속을 보도하면서 “김씨는 남편의 정부에 매우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여겨졌다. 국민들 사이에서는 ‘VIP 1 김건희씨, VIP 2 윤 대통령’이라는 농담이 항간에 돌기도 했다”고 소개했을 정도다.

▲권력무상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난다. 현 정권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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