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 미국인은 갈아타고 있다?…주가 570% 뛴 이곳 어디

2025-03-30

국내 운용사들이 꼽은 유망 미국기업

경제+

지난해까지 미국 주식은 ‘투자 불패’로 통했다. 엔비디아·테슬라 등 대형 기술주만 사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나 중국의 첨단 기술 추격 등 변수가 많아졌다. 그렇다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외면할 순 없다. 성장하는 첨단 기술 기업이 몰려있는 데다 소비도 여전히 탄탄해서다. 이에 머니랩은 복잡한 투자 지형 속에서 성장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미국 대표주를 소개하는 [서학톱픽] 시리즈를 준비했다. 국내 5대 운용사(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자산운용·한국투자신탁운용·신한자산운용)에 의뢰해 유망 기업 10곳씩을 추천받아 공통된 종목을 골랐다. 이 중 가장 많은 3곳의 추천을 받은 브로드컴과 일라이릴리를 소개한다.

엔비디아보다 표 더 받은 브로드컴

‘AI 반도체 투자=엔비디아’였던 투자 공식에 변화가 감지된다. 국내 5대 운용사가 꼽은 올해 유망 주식에서 브로드컴(3곳)은 엔비디아(2곳)를 제쳤다. 브로드컴은 이름처럼 ‘넓은(Broad)’ 사업 영역을 갖고 있다. 크게 맞춤형 반도체(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s)를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 솔루션 분야’와 보안·데이터센터 가상화 등을 담당하는 ‘인프라 소프트웨어’로 나뉜다.

이 중 투자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영역은 ASIC이다. 각 기업이 가진 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이나 서비스에 맞는 반도체를 설계한다. 엔비디아가 ‘명품 기성복’이라면 브로드컴의 ASIC는 ‘맞춤 정장’이라 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범용 제품은 다양한 고객과 프로그램을 지원하지만, 필요 없는 기능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전력 소모가 많다는 단점이 있다. 문준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훈련은 1년에 한두 번 진행되지만, 추론은 실시간 연산이 필요해 비용 부담이 클 수 있다”며 “추론 시장이 커지면 맞춤형 반도체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브로드컴의 현재 고객은 알파벳, 메타, 바이트댄스(틱톡의 모회사) 등 3곳이다. 최근 구글 등 신규 고객 4곳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컴은 기존 3개 고객사만으로 현재 150억~200억 달러(지난해 기준) 수준인 매출을 2027년 최대 600억~900억 달러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고 자신한다. 혹 탄 CEO는 “4곳의 신규 고객 매출이 2027년 매출 전망에 포함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현재 브로드컴의 ASIC 업계 점유율은 1위로, 속도전이 생명인 빅테크 기업은 ASIC을 만들기 위해 브로드컴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받은 인프라 소프트웨어 분야도 성장성이 기대된다. 브로드컴은 최근 소프트웨어 기업을 집중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솔루션보다 마진이 높은 데다 구독 모델을 통해 매출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대의 서버를 여러 개처럼 나눠 쓰는 ‘서버 가상화’를 실현할 수 있는 브이엠웨어를 인수하면서 기대를 모았다. 브로드컴은 브이엠웨어를 인수한 뒤 절반 가까운 인원을 해고하고, 상품군을 고가의 구독형 모델로 재편했다. 브로드컴의 1분기 영업이익률이 65.9%까지 올라간 이유다. 신한자산운용 오규찬 글로벌투자운용본부장은 “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통해 효율화시킨다는 점에서 ‘사모펀드 역할을 하는 테크 기업’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최근 몇 년간 주가가 빠르게 올라 ‘고평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2024년 초 주가수익비율(PER)은 24배였는데, 연말엔 36배로 높아졌다. 올해 들어 주가가 하락하며 PER이 28배로 낮아졌다. 최민규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주식운용담당은 “트럼프발 관세정책 불확실성 등으로 수급에 영향을 받아 주가가 하락한 것일 뿐 기업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무너진 게 아니다”라며 “최근의 하락은 오히려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와의 경쟁 구도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ASIC이 저비용을 내세우고 있지만, 개발 비용과 성능 등을 고려하면 실제 비용은 엔비디아의 범용 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노보보다 성장 가파른 일라이릴리

올해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받는 상황에서 저력을 보여준 분야는 헬스케어 업종이다. 올해 미국의 헬스케어 섹터는 나 홀로 5.1% 상승하면서 에너지, 금융 등 내로라하는 업종의 상승률을 제쳤다. 헬스케어 업종 중 운용사들의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종목은 일라이릴리다. 릴리는 덴마크 기업인 ‘노보노디스크(노보)’에 이어 비만·당뇨치료제 시장 2위 기업이다. 노보는 ‘위고비(Wegovy, 성분 세마글루타이드)’를, 릴리는 ‘젭바운드(Zepbound, 성분 티르제파타이드)’를 주력으로 내세운다.

지난 5년간 480%나 넘게 오른 주가에도 릴리가 주목받는 이유는 약효에 있다. 젭바운드는 장에 음식이 들어왔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GLP-1’을 활성화해 인슐린 분비를 돕고, 혈당을 낮추며 식욕을 줄인다. 여기에 장이 지방과 탄수화물을 감지했을 때 분비하는 호르몬인 ‘GIP’도 활성화해 인슐린 분비 효과를 더 높이고, 지방까지 태우는 효과를 낸다. 이렇게 두 종류의 호르몬을 한꺼번에 활성화하는 비만약을 ‘이중작용제’라고 한다. 이중작용제인 젭바운드는 임상시험 결과 위고비(약 15%)보다 높은 최대 22.5%(당뇨 없는 과체중 환자 기준)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이로 인해 젭바운드 매출은 2024년 4분기 19억720만 달러(약 2조8000억원)로 1분기보다 3.6배 이상 늘었다. 위고비 매출이 2024년 4분기 198억6600만 크로네(약 4조2000억원)로 1분기보다 약 두 배 는 것에 비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노보 역시 1위 굳히기 전략으로 ‘차세대 위고비’로 불리는 ‘카그리세마(CagriSema)’를 개발 중이다. 문제는 최근 발표된 임상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해 3월 발표된 카그리세마 임상시험 3상 결과에 따르면, 카그리세마는 제2형 당뇨 과체중 환자 대상으로 15.7%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치인 데다 젭바운드의 당뇨 환자 대상 체중 감량 효과(약 22%)보다도 낮았다. 노보는 젭바운드와 비슷한 이중작용제도 개발 중이지만 아직 2상 단계라 상용화가 멀다. 김동희 KB자산운용 미국대표성장주 펀드 부매니저는 “그동안 ‘패스트 팔로어’였던 릴리가 지금은 최고 수준의 기술만 놓고 봤을 때 오히려 조금 더 우위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릴리는 올해 굵직한 임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알약 형태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비만약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제2형 당뇨 환자 대상 3상 임상 중간 결과(2025년 2분기 중), 비만 환자 대상 3상 임상 중간 결과(3분기 중)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임상 결과 발표 이전부터 기대감이 반영되며 서서히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노보의) 경구형 위고비는 기존 위고비보다 73배나 많은 원료가 필요해 대량 출시가 제한적인 데 비해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규모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릴리의 12개월 선행 PER은 35.9배로 2024년 6월 말(66.23배)보다 크게 낮아진 상태다. 김동희 부매니저는 “성장주보다는 방어주로 관심이 쏠리면서 헬스케어 섹터가 더 나은 흐름을 보이는 국면이 적어도 한두 분기 정도 더 지속할 것”이라며 “릴리는 성장주이면서 헬스케어 섹터의 방어적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했다.

당신의 돈에 관한 모든 이야기, 투자 인사이트를 드립니다. 돈 되는 '머니 정보' 더중플에서 더 많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