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잊을만하면 나오는 제약회사 리베이트가 또 적발됐다. 이번엔 ‘상품권깡’을 통해 용도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등 수법이 더 교묘해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일약품이 2020년 1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자사 의약품 처방 증대를 목적으로 병‧의원에 골프 접대, 식사 등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3억 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13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일약품은 주로 수도권 및 영남지역 병‧의원 소속 의료인들에게 자사 36개 의약품의 처방유지‧증대를 위하여 골프접대, 식사 등을 제공하거나 의료인의 차량을 정비소에 대신 입‧출고해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약 2억 5000만원 상당의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거나 제공을 제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각종 경제적 이익을 은밀히 제공하기 위해 ‘상품권깡’을 통해 추적이 어려운 현금을 마련하고 이를 사용하거나, 의료인들의 회식비용 지원금액을 제품설명회 등의 정상적인 판촉활동 비용으로 위장하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상품권깡은 상품권을 사설 상품권 매입업체에 판매해 현금으로 교환하는 방식을 일컫는 것으로, 상품권 매입업체는 통상 상품권 액면가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공제한 후 나머지 금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상품권깡을 통해 마련한 현금은 그 용처 추적이 어려워 리베이트 제공 등 불법적인 용도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제일약품의 행위는 부당하게 경쟁 사업자의 고객을 자기와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행위(부당한 고객유인행위)에 해당한다. 제약사의 불법 리베이트 제공행위는 환자가 의약품을 직접 선택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 시장 특성상 의료인이 의약품의 가격‧안정성 및 효과 등을 고려해 환자에게 맞는 의약품을 처방하도록 하기보다는 제약사로부터 제공받은 이익의 규모나 횟수에 따라 의약품을 선택하게 되는 왜곡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소위 ‘상품권깡’의 방법 등을 통해 은밀하게 진행된 불법 리베이트를 적발하고 이를 엄중 제재함으로써 관련 업계의 관행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고 평가하면서 “제약업계에 만연한 불법 리베이트 제공행위를 근절하고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할 수 있도록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감시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