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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기업과 시장을 극심한 혼란에 빠뜨리는 요인 대부분은 동쪽(미국)에서 오지만, 또 하나 서쪽(중국)에서 밀려오는 교란 요인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이 관세 등 보호무역 성격의 조치라면, 중국은 개방무역의 통로를 활용한 인해전술식 공세다. 어느쪽도 우리 기업엔 위협이다. 강국 사이에 낀 신세다.
연초부터 중국 최대 전기차기업 BYD(비야디)를 필두로 가전업체 하이센스, TCL, 마이디어와 e커머스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스마트폰 샤오미, 화웨이 등 업종과 품목을 가릴 것 없이 한국시장에 파상적으로 몰려들고 있다. 한국의 달라진 소비 규모나 특히 기술과 품질에 민감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타깃 전략이란 공통점을 가졌다. 하지만, 주 요인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계속되는 관세 압박과 수입 저지에 따른 새로운 길찾기 성격을 훨씬 더 강하게 띠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국 기업이 원가경쟁력과 성능·품질을 바탕으로한 고객 획득 노력 만큼, 한국 시장의 질서나 규제시스템을 무시 또는 방임한다는 점이다. 엄격히 다뤄지고, 관리·보호 돼야할 고객정보가 법적 요건만 맞출뿐, 있으나마나한 국내 대리인을 통해 무단으로 수집·이전 되는가 하면 책임은 다하지 않는 행태를 답습하고 있다. 한국이 짧게 보고 치고 빠지려는 시장이 아닐진데, 당장의 고객정보·기반 확대에만 눈이 멀어 중장기적인 투자나 고용은 전혀 생각치 않는 전형적인 '간보기 마케팅'에 전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우리나라 규제기관의 법적인 조치나 요구사항을 “모른다”거나 “(본사에) 물어보겠다”라고 무성의하게 대응하는 것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라 할수 없는 부정 행위라 규정할 수 밖에 없다. 행여, '자국에 가장 많은 수출을 하는 한국이 어쩌겠어'하는 엉뚱한 국가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면 그것 만큼은 이참에 바로잡아야할 폐단이 아닐 수 없다.
한국규제 당국도 강단을 가질때가 됐다. 언제까지 여기 눈치, 저기 눈치에 빠져있을텐가. 한국 우리기업들에게는 그렇게 서슬퍼런 당국이 중국 등 외국기업에는 언제까지 본국 눈치를 살피며 지켜보기로 일관할 것인가. 그러는 동안 국내시장은 왜곡된 가격에, 잘못된 고객정보 관리 허점에 멍들 것이다. 우리도 자국 이기주의까진 가지 못하더라도, 철저하게 불법적 상황엔 법대로, 규정에 의거해 질서를 바로잡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게 소비자에게도 좋은 일이다.
이진호 기자 jho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