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사위 윤관의 씁쓸한 '평행이론'…혼맥→국적세탁→납세·병역 회피→富축적 [데스크 칼럼]

2024-09-24

김병주 회장-윤관 대표의 '평행이론'

화려한 혼맥·세무조사·富축적 '닮은꼴'

LG 맏사위 윤관, '국적 세탁'으로 납세·병역도 피해

사회 지도층의 국가관과 의무 돌아봐야

'검머외'(검은 머리 미국인)다. 재계 이곳저곳을 관통하는 화려한 혼맥의 '한국 사위'다. 손을 뻗는 곳마다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이중국적과 역외탈세' 혐의로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는 점도 닮았다.

이처럼 다른 세상(시대)을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평행이론'이라고 한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로 뉴스의 중심이 된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과 위조여권으로 병역의무를 피했다는 의혹의 중심이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의 얘기다.

실제 김병주 회장과 윤관 대표는 공통점이 있다. 역외탈세 세무조사로 곤경에 처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점의 차이는 있지만 두 사람이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은 상황은 소름 끼치게 닮았다.

MBK파트너스의 설립자이자 대주주인 김병주 회장은 고 박태준 국무총리의 사위이며 현재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국세청은 MBK파트너스가 2018년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코웨이 등을 매각해 1조원가량의 양도차익을 거둔 것과 관련해 2021년 1월부터 김 회장 개인의 역외탈세 혐의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1조원 중 약 1000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김 회장 개인소득으로 봤다. 쟁점은 김 회장의 소득을 어떤 성격으로 볼 것인지와 미국 시민권자인 김 회장이 국내에 납세의무가 있는지 등이었다.

국세청은 이 돈이 국내에서 기업 경영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발생한 수익이고, 김 회장도 인수·매각 등의 절차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국내에 근로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김 회장 측은 같은 사안에 대해 미국에 세금을 냈고 국내에 납세의무가 있는 ‘거주자’를 판단하는 기준인 '국내 체류기간 183일'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부과 대상이 안 된다고 주장하고 국내 유명 로펌과 회계법인을 내세워 세무조사에 대응했다.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남편으로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맏사위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 역시 2016~2020년 국내에서 벌어들인 배당 소득 221억원을 신고 누락한 사실이 확인돼 2020년 2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

국세청은 윤 대표의 자금 대부분이 국내에서 나왔고 투자처의 80% 정도가 국내라며 2021년 12월 윤 대표에게 해당 종합소득세 123억7758만원을 추징했다. 국세청은 윤 대표가 2012년부터 배우자와 자녀의 주거 장소인 한남동에서 함께했다는 점, 윤 대표가 배우자·자녀와 생활자금을 공유한 점 등을 근거로 내세웠다.

그러나 윤 대표는 자신이 미국 시민권자이자 국내에서 183일 미만 거주한 비거주자라며 '종합소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을 지난해 3월 제기해 다투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윤 대표는 연평균 180.6일을 국내에 체류했다. 고의·조직적으로 183일을 초과하지 않도록 국내 체류 일수를 관리했다는 가능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이다. 특히 윤 대표는 정작 미국에서는 세무신고에서의 국적을 '일본'으로 적시했다고 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손을 뻗는 곳엔 '이슈'가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병주 회장의 MBK파트너스는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고려아연에 앞서 지난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으나 공개매수 과정에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해 결국 실패했다. 이에 공개매수 참여 주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관 대표 역시 소득세 관련 행정소송과 함께 LG그룹 상속 분쟁, 고(故) 조정구 삼부토건 창립자의 손자인 조창연씨와의 대여금 반환 소송, 아내 구연경 대표의 미공개 정보 이용 주식 취득 정황 등 구설이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나라에서 호환마마보다 더 무섭다는 병역기피를 위한 국적 세탁 논란까지 나아갔다.

이쯤되면 누군가와의 평행이론 보다 창조적(?) 모방이다. 사회학습이론의 주창자인 앨버트 반두라는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환경 속에서 타인들을 모방하면서 행동을 학습하게 된다"고 했다. 사람은 누구나 모델이 되는 사람의 사고와 행동을 모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납세·병역기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전례들은 윤 대표를 더 대담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문제는 사회 지도층이 납세·병역·깨끗한 부(富) 축적 등 도덕적 책무는 피하고 개인의 이익만을 챙기면 국가 미래가 밝을 수 없다. 특히 병역·조세 정의가 무너지면 "성실한 사람들만 세금을 뜯기고 군대에 간다"는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제라도 이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공동체가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들에게 '이방인'이란 딱지를 붙여서라도 말이다. 평행이론처럼 너무도 신기하게 복붙되는 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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