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와 가짜

2024-10-22

무당은 어떤 식으로 불려도 끝에는 흔적을 남긴다.

‘고맙다’는 인사는 님을 기다리는 매미의 외침과 같고 입에서 나온 말을 언제 그랬냐 모른 척이다.

스승과 제자라는 특별한 관계는 처음에는 있고 나중에는 귀찮다 버려 낸다. 상대의 약점에 귀를 세우고 이런저런 질문을 하며 집요하고 끈질기다. “부적을 써라.”가 곧이어 나오는 공통된 방법. 심각한 표정으로 굿을 끄집어낸다.

깎아달라 흥정에 장사꾼 속이다. 두터운 가면을 쓰고 은근한 협박을 한다. 신을 모신다는 겸손함은 가슴에서 사라진 지 오래. 불리하다 싶으면 낮게 엎드린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대놓고 물어보기가 민망하다. 돌아서는 걸음은 결코 가볍지가 않다. 걱정만 늘어져 머리만 아파온다. 그대로 따르자니 손해 보는 기분이고 안 하자니 마음은 허공에 떠다닌다.

명쾌한 결론 속 숨어 있는 보석을 찾아내자 동전 한 닢의 가치를 소중히 한다면 일단은 합격점이다. 미처 고민하지 못한 질문이나 문제 해결에 함께 하자는 노력이 보인다면 충분한 믿음을 나눠도 좋다.

현주 씨는 교수라는 직함은 있지만 흘러간 명성 속 이름 뒤에 붙는 꼬리표일 뿐이었다. 결혼 생활은 사랑이 아닌 조건이 우선이었기에 애틋한 정보다는 주고 받자 계산기를 두드렸다. 나쁘게 마무리하며 각자의 길을 갔지만 미움 속 벽을 사이에 두고 필요에 의한 만남은 계속됐다.

쉽고 편하게 가자는 안일한 방심이 가난을 불러왔고 훌륭했던 인품은 낡고 초라함으로 변해졌다. 빠듯한 형편에 사치는 혼자만의 자랑이요, 책임 없는 행동은 회초리를 맞아야 한다.

같은 일상을 반복하더니 갑자기 신점에 빠져들었다. 재미로 시작한 것이 점차 근거 없는 자만감에 주머니 채우는 수단으로 변해가며 원래의 초심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추켜세우는 유혹에 손뼉을 쳐주니 최고인 줄 알고 콧대도 높아졌다. 작고 사소한 일도 금 나오는 도깨비방망이로 착각하니 의지와 상관없이 헛발질,

그럼에도 혹시 하는 믿음은 차곡차곡 쌓였다. 우연한 자리에서 멋있게 보이는 이성에게 호감을 갖게 됐고 욕심으로 분별력을 잃게 됐다.

물론 배경이 마음이 앞서갔고 주변에서 들리는 소문에 ‘많이 가졌다’고 하니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몇 번을 확인해도 같은 대답 속 긍정만 나왔으니 이제는 됐다 싶었다. 적극적인 다가섬에 희망의 무지개만 그렸는데 청천벽력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았다.

소리 없는 눈물만 흘려지고 못난 원망은 하늘에 해야 한다. 알고 보니 양다리 저울질이. 세치 혀에 놀아났다. 경거망동한 행동은 땅을 치고 후회해도 엎질러진 물이라 주워 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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