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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법원에서 진행 중인 삼성전자와 HMM 간의 해상 운송료 관련 손해배상 소송 판결이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방법원 측이 해사(海事)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상무부 산하 연방 해사 위원회(FMC)의 사건 조사 결과 확정 전까지 재판을 중단키로 했기 때문이다.
17일(현지 시각) 트레이드윈즈 등 해운 관련 미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HMM 간 해상 운송료 소송의 주심 재판관인 페르난도 에넬로샤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판사는 최근 해당 소송을 FMC의 비용 부과 적절성 여부 조사 완료 시점까지 중단한다고 양측에 전달했다.
에넬로샤 판사는 "FMC는 해운 관련 법을 집행하는 임무를 지닌 해사 사건 전문 기관인 만큼 FMC의 조사 결정에 따라 소송 결과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지난해 5월 FMC에 HMM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정확한 손해배상 청구 금액은 밝혀진 바가 없으나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화물 운송을 맡은 HMM이 하역 지연 관련 비용(체선료)과 컨테이너 반납 지연 관련 비용(지체료)을 자신들에게 잘못 청구하는 바람에 막대한 경영상 손실이 발생했다면서 HMM에 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HMM이 지난 2020년부터 항만 주변의 악천후와 컨테이너 운송용 트럭 부족 등 여러 사유를 들어 내륙 운송을 지연시켰음에도 오히려 잘못된 비용 부과 관행을 삼성전자에 덮어씌워 약 9만6000건에 달하는 체선료와 지체료가 잘못 청구됐다고 주장했다.
'체선료'는 선박 운송을 통해 도착한 화물을 정해진 기간 내에 육지에 내리지 못하거나 육지에 내린 화물 컨테이너를 정해진 기간 내에 항만 화물터미널 내에서 빼내지 못했을 경우 발생하는 비용이다.
'지체료'는 컨테이너의 무료 사용 기간이 지났음에도 화주가 이를 선사에 돌려주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비용이다. 선사는 빈 컨테이너에 다시 화물을 담아서 해상 운송망을 가동해야 원활한 경영이 가능하기에 손실 보상 목적에서 반납 지체료를 화주에 부담하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손배소를 제기하자 HMM은 두 달 뒤인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 중부지방법원에 "미납 운송료 1300만달러(약 190억원)를 납부하라"며 손해배상 맞소송을 제기했다.
HMM 측은 "선사 측 내륙 운송 미비를 이유로 들며 운송료를 아예 내지 않은 것은 계약 의무 이행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고 삼성전자 측은 "HMM이 응당 해야 할 운송 책임을 다하지 않고서 화주에 부당한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당초 지난 2022년에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으나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했고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지게 됐다.
연방법원은 "화주와 선사 간 갈등 조정은 FMC의 고유 권한인 만큼 FMC의 조정 결과를 법원이 수용하는 형태로 사건을 판결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