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1450원대로 치솟으면서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취급하는 환변동보험 가입액이 폭증했다. 환변동보험은 외화로 무역 거래를 하는 기업들의 향후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해주는 상품이다.
25일 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환변동보험 가입 규모(보험금 기준)는 1516억 원으로 지난해 12월 전체(783억 원)보다 93.6% 증가했다. 올해 남은 기간을 고려하면 환변동보험 가입 규모가 지난해의 2배를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전체로도 가입액이 늘고 있다. 올 초부터 20일까지 환변동보험 가입 규모는 지난해보다 10.7% 증가한 1조 4163억 원이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가입 규모는 1조 5000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기업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높을 때 보험에 가입하면 향후 환율이 하락해도 가입 시점의 환율로 대금을 받을 수 있다. 무보의 한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의 가입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환변동보험 가입 규모는 환율이 급등할 때 치솟는 모습을 보였다. 비상계엄 사태로 환율이 1410원대로 치솟으며 불안감이 커졌던 이달 첫째 주 가입액은 568억 원으로 집계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4회에서 2회로 대폭 낮추면서 환율이 15년 만에 1450원대를 넘어선 이달 셋째 주에는 가입 규모가 706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지난해 12월 한 달 실적에 맞먹는 수요가 있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당분간 환변동보험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탄핵안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원화 고유의 약세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집권 초기 우리 정부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협상력 약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눈높이 하향 조정 등이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여경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을 기피하는 외국인투자가 이탈과 내국인의 선진국향 해외 증권 투자 가속화로 원·달러 환율 레벨이 1500원대를 상향 돌파하고 이를 막기 위한 정책 당국의 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이 급감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