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림시설 폭설에 와르르 무너져”…눈폭탄 맞은 충남 천안 포도농가들

2024-11-28

“여름에는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는데 겨울이 되니 첫눈부터 눈폭탄을 쏟아붓네요. 비가림시설이 폭삭 주저앉아 어디서부터 복구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합니다.”

28일 찾은 충남 천안시 서북구 입장면 산정리 일원. 전날부터 쏟아진 기록적인 11월 폭설로 거봉과 샤인머스캣을 재배하는 포도 비가림시설 상당수가 바닥으로 꼬꾸라져 있었다.

농가마다 330(100)~660㎡(200평) 규모로 보유하고 있는 벼 자가 육묘장도 산더미 같은 눈을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쓰러져 있었다.

6611㎡(2000평) 규모로 포도 농사를 짓는 권혁일씨(45)는 “27일 오전부터 내리던 눈이 오후 4시쯤 폭설로 돌변하더니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퍼부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5400만여 원을 들여 새로 설치한 비가림 시설의 파이프가 모두 꺾여 버렸다”며 “돈을 들여 시설은 복구한다고 해도 나무가 괜찮을지 내년 농사를 정상적으로 지을 수 있을지 큰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뿐만 아니라 권씨는 자가 육묘장이 무너지면서 그 안에 보관하던 승용차와 트랙터·SS기가 모두 깔려 크게 파손되는 피해까지 입었다.

인근의 오병섭씨(60)는 “눈이 하도 많이 와 비닐을 찢을까 생각도 했지만 비가림시설이 한꺼번에 무너지면 깔려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밭으로 들어가지도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6611㎡(2000평) 규모 포도 비가림시설이 피해를 입은 이기수씨(68)는 “올 여름 폭우에다 폭염으로 열과가 많이 발생하고 생산량도 줄어 소득이 반토막 났는데 폭설 피해까지 당하고 나니 무어라 할 말이 없다”며 “내년에 농사를 다시 지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비닐하우스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농가는 피해가 더 컸다.

이재문씨(65)는 “포도 홍수출하 시기를 피하기 위해 시설비를 2배 이상 더 들여 6611㎡(2000평) 짜리 연동 비닐하우스를 지었는데 그게 이번에 다 무너졌다”고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인건비가 하도 비싸 철거하는데만도 돈이 엄청 많이 들 것”이라고 답답해 했다.

이번 폭설은 습설이어서 피해가 커졌다. 습설은 마른 건설보다 2~3배 무겁다. 통상 습설은 100㎡(약 30평)에 50㎝가 쌓이면 무게가 5t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농협(조합장 한한수)이 긴급 피해조사를 한 결과 약 6만6115㎡(2만평)의 비가림시설과 비닐하우스가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앞으로 피해면적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천안=서륜 기자 seolyoo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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