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가 필요한 인도, F-35를 팔고 싶은 미국

2025-02-27

2025년 2월 13일,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미국 백악관을 방문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이시바 일본 총리에 이어 모디 총리가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을 알현하는 영광(?)을 누린 것이다. 워낙에 두 나라 사이에 다룰 내용들이 많아서 회담도 상당히 오래 걸렸다. 4시간에 달하는 긴 정상회담 끝에 양 정상은 나란히 서서 기자들의 질문도 받았다. 일부 인도 언론에서는 성공적인 정상회담이었다고 평가하지만 일부에서는 무역 이슈, 불법 체류자 문제 등 전방위에 걸친 미국의 거센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도인들의 관심을 끈 것은 미국의 최신예 전투기인 F-35를 인도에게 공급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그런데, 전투기를 팔겠다고 나선 미국의 제안에 인도 정부와 국민들은 영 떨떠름한 반응이다. 왜 그럴까?

Figure 1.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출처: Sunday Guardian)

[# 1] ‘똥멍청이’가 만든 ‘가성비 최악의 전투기’를 사가는 것은 ‘똥똥멍청이’나 하는 짓?

록히드 마틴이 총 개발비로 약 4,120억 달러를 들여 만든 후 2015년부터 미 해군과 공군에 실전 배치되기 시작한 이 전투기는 그야말로 현존하는 최고 사양의 전투기이다. 수직 이착륙은 물론 항공모함에서도 운용이 가능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전술 핵무기 탑재도 가능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텔스 기능에 막강한 무기체계를 갖춘 그야말로 꿈의 전투기라 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월 13일 정상회담 중에 F-35 전투기를 사가라는 제안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도 언론들은 그야말로 벌집 쑤신듯이 요란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가고 싶다고 사정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던 미국이 모디 총리에게는 떠억 하니 손바닥 위에 F-35를 얹어 주면서 "언제든지 말만 해. 너네 한테는 팔 테니까."라고 말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속 사정을 살펴보면 뭔지 모르게 인도인들에게는 불편한 상황이 많다. 우선, 트럼프 정권의 사실상 2인자 행세를 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는 일찌감치 유인 전투기(manned fighter jet)에 대해서 반감을 표해오고 있다. 드론으로 공중전을 하면 훨씬 싸고 효율적인 데다가 조종사들이 목숨 걸고 비행기에 탈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말이다. 아예 유인 전투기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인데, 그의 눈에 F-35 프로그램이 결코 좋아보일리 없다. 만들기도 비싸고 운용하는 데에는 더욱 더 돈이 많이 드는 F-35와 같은 프로그램에 대해서 "가성비 최악의 프로젝트(worst value-for-money’ project)"라는 둥, "이런 전투기를 만드는 제작사는 똥멍청이(an idiot)"라는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그렇다 보니 트럼프의 F-35 판매 제안이 인도에 전해지자마자 인도 언론들이 시끄럽게 끓어 오르기 시작했다. ‘똥멍청이’가 만든 ‘가성비 최악의 프로젝트’를 구매하는 것은 ‘똥똥멍청이’나 하는 호갱짓은 아닐지… 걱정이 되기 시작한 것이다. 

출처 - The Economic Times (링크)

[# 2] 인도의 항공전력과 항공업계의 경쟁력을 분석해보자

일단, 인도의 항공전술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파키스탄과 중국이라는 2개의 가상적국을 마주하고 있는 인도에게 750-800대의 전투기로 이루어진 45개 가량의 전투비행대대(squadron)가 필요하다고 한다. 일부 비핵심 지역을 양보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40개 가량의 비행대대(전투기 700-750대)는 있어야 한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현재 인도가 보유한 전투기는 몇 대나 될까? 고작 31개의 비행대대가 약 550대를 운용 중이다. 한마디로 최소한으로 필요한 규모에도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전투기 부족 문제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 년도 더 된 고질적인 상황이라는 점이다. 비행기 대수가 부족하다보니 너무 구닥다리라서 현대전에서는 활용할 수 없는 전투기를 아직도 운용 중이다. 1975년도부터 하늘을 날기 시작한 Mig27의 경우, 인도 공군은 2019년이 되어서야 퇴역시켰다. Mig-27보다 더 오래된 Mig-21(1959년 실전배치)의 경우 인도는 아직도 40대나 운용 중이다. 주로 초급 전투조종사 양성과정과 비핵심지역 방어 업무에 사용되고 있기는 하지만, 워낙에 자주 추락사고가 일어나 ‘날아다니는 관’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비행기이다. 

Figure 2. 2023년 5월,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 주에 추락한 Mig-21의 잔해.

꼬리 날개에 인도 삼색기가 선명하다. (출처 : NewsMeter)

구형 전투기들을 대체하기 위해 인도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Tejas 전투기는 2001년,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각 정부 부처의 비효율과 부처간 의사소통 부재, 4세대 전투기를 자체개발하기에는 부족했던 인도 항공업계의 경쟁력과 이러한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의사결정권자들의 고집과 헛발질이 빚어낸 코메디 같은 15년의 시간이 지나가고 나서야 인도 공군에 인도되기 시작하였고, 현재 고작 40대 가량만 운용 중이다. 동급 전투기에 비해 체공시간과 무기장착 능력은 1/3에 불과하고 정비에 필요한 시간은 4배 가량 더 오래 걸리는, 그야말로 가성비 최악의 전투기이지만 워낙에 전투기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어서 인도 공군도 울며겨자먹기로 운용중인 것이다.

그 와중에 인도와 접경한 중국의 공군력 개량은 그야말로 눈부신 수준이다. 2011년 초도비행에 성공한 5세대 전투기 J-20은 이미 2017년부터 중국 공군에 실전배치되기 시작해 현재는 약 140대를 운용 중이다. J-10 및 J-11 등 중국이 보유한 4세대 전투기까지 합치면 대략 200-250대 가량의 최신식 전투기가 인도의 턱 밑에 칼을 겨누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는 단 한 대의 5세대 전투기도 가지고 있지 않은데 말이다.

물론, 언제나 자립과 자조의 정신이 충만한 인도가 5세대 전투기 자체 개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면 섭섭할 것이다. 인도 정부는 현재 중형 쌍발 5세대 전투기를 개발하겠다는 목표 하에 ’Advanced Medium Combat Aircraft(AMCA)’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2028년 초도 비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추후에는 자국에서 생산한 Mig-21을 대체할 예정이다. 앞으로 넉넉잡고 10년이면 실전배치가 가능하다고 제작사인 힌두스탄 에어로노틱스(Hindustan Aeronautics)는 주장하지만, 이미 Tejas 전투기 개발 과정을 통해 인도의 항공업계가 얼마나 무능한지가 만천하에 드러난 마당에 ‘20년이 넘어도 어려울 거다’라는 비아냥에 가까운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HAL Tejas - 인도의 HAL과 ADA에서 MiG-21 등을 대체하기 위해

LCA(Light Combat Aircraft)프로젝트를 통해 만든 삼각익 형식의 단좌형 경전투기

출처 - Wikipedia

[# 3] 자 이제, 인도의 이러한 현실에 F-35를 끼워 맞춰 보자

인도인들이 트럼프의 발언을 듣고 머리를 긁적이며 어리둥절해 하는 이유는 바로 인도의 항공산업 경쟁력과 예산 상황 등을 감안했을 때 미국의 F-35를 인도의 공군에 끼워 맞추는 게 쉽지 않아서이다. 우선, 바로 앞서 살펴본 대로 인도는 자체 5세대 전투기 개발계획을 추진 중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계획인데 도무지 진행이나 제대로 되고 있는지 조차 확인할 길이 없기는 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자체적인 5세대 전투기 개발계획을 갖고는 있는 상황에서 F-35를 도입한다는 게 말이 되지 않다는 게 F-35 도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첫번째 이유이다.

둘째로, 트럼프 대통령은 마치 손쉽게 F-35가 인도로 수출될 것처럼 말하지만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는 미 군수품 수출 관련 각종 규제도 골치거리이다. F-35와 같은 최첨단 전투기의 경우 미국이 스텔스 기술과 같은 핵심 기술을 인도에게 이전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제조업을 육성하겠다는 목표하에 ‘Make in India’라고 불리는 제조업 강화 정책을 펴고 있는 인도 입장에서는 미국에게 기술 이전은 물론이고 인도 현지 생산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다.

셋째로, 기술이전이나 현지 생산없이 전투기를 도입할 경우 각종 부품의 공급,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크고 작은 기체 개조 등 모든 면에서 미국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전투기는 한 번 도입하면 그야말로 수십 년을 써야 하는데, 기체를 내 맘대로 고치지도 못하고 업그레이드도 못하는 마당에 유지보수 비용만 높다면 그야말로 최악의 기체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F-35는 매우 나쁜 선택이다.

엔진과 기초적인 장비만 장착한 ‘깡통 F-35’도 최소 8천만 달러에서 1억 달러에 이른다. 여기에 각종 무기와 전자 장비 등을 장착하면 최소 1억 몇천만 달러로 가격이 치솟는다. 1개 편대(flight)를 구성하려면 통상 전투기 4대가 필요하니 1개 편대를 구매하는 데만 최소 5-6억 달러가 든다. 이런 편대가 통상 4개는 있어야 비행대대(squadron)를 구성하고 통상 4개의 비행대대가 항공전대(group)를 구성할 수 있으니 F-35를 도입해서 제대로 구색을 갖추려면 그야말로 엄청난 돈이 들게 된다.

출처 - Wikipedia

문제는 F-35를 사는 데 드는 비용도 비싸지만 유지하는 비용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비행기라는 점이다.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F-35가 1시간 비행하는 데 드는 비용을 이것저것 다 합치면 약 4만 2천달러 가량이라고 한다.1 2018년 기준으로 F-35 기체가 퇴역할 때까지 드는 모든 비용을 다 합치면 무려 1조 1천억 달러로 추산되었는데, 2023년 다시 추산한 결과 약 1조 6천억 달러로 올랐다는 분석도 있다. 그야말로 ‘돈 잡아먹는 하마’라는 거다. 미 국방부도 이러한 엄청난 결과에 놀라 F-35 도입 규모를 당초보다 축소하기로 한 터이다. 결국, 가장 큰 고객인 미군이 구매 규모를 줄이자 판로 확보에 나선 록히드 마틴에게 호갱 취급 당하는 게 아닌 건지… 인도인들은 의심하는 거다.

넷째로, 인도가 이미 러시아로부터 도입하기로 결정한 S-400와의 호환성도 문제이다. F-35는 애초에 S-400 방공시스템을 뚫고 들어가기 위해 만들어진 비행기이고, S-400은 F-35와 같은 미국의 스텔스기를 때려잡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이다. 쉽게 말해 F-35와 S-400은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다. 그러다 보니 F-35와 S-400에 적용된 기술도 완전히 다르고, 호환이 가능한지도 알 수가 없다. 최악의 경우에는 인도가 보유한 S-400이 자국의 F-35를 적기로 인식하고 공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쯤 되면 F-35에 탑승하는 인도 조종사들은 비행기에 올라타기 전에 쉬바(Shiva)신(힌두교에서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에게 죽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라도 드려야 할 상황이다.

다섯번째로, F-35의 성능에 대한 의문도 한 몫 한다. 초도 비행을 시작한 이래 약 20년간 31건의 F-35 추락사고가 있었는데,2 이 중 7건은 비교적 최근인 2018년 이후에 발생했다. 잦은 고장으로 인해 미국이 현재 보유중인 약 650대의 F-35 기체가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간이 평균 55%에 불과하다는 미국 정부 보고서까지 나온 상황이다.3 통상 전투기가 정비 등의 이유로 출동할 수 없는 시간은 전체 시간 중 10-15%에 머물러야 하는데, F-35의 경우 시점이 언제가 되었던 간에 2대 중 1대는 가동할 수 없으니 그야말로 비싸고 제대로 비행할 수 없는 비행기라는 이야기이다. 이렇다 보니 가성비를 유독 따지는 인도인들에게 F-35는 더욱더 매력 없는 비행기일 수밖에 없다.

출처 - Bloomberg (링크)

[# 4] 트럼프가 정말로 F-35를 판매하려는 의도일까? 아니면 일종의 ‘선빵 때리기’였을까?

모디 총리와 트럼프가 회담을 마친 직후 인도와 주변국에서는 여러가지 반응이 나왔다. 터키와 파키스탄, 그리고 중국처럼 인도와 접경하고 있는 국가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F-35가 남아시아에 배치될 경우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으니 인접국들로서는 결코 기분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도 야당들도 F-35의 높은 비용을 근거로 인도 정부를 비난하기 시작했다.4 인도 외무부가 연 기자회견에서도 F-35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공식 구매 계약은 아직 체결된 게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1년간 전체 국방예산이 약 800억 달러 내외인 인도에서 과연 비행대대(통상 전투기 16대로 구성) 하나 꾸리는 데에만 수십 억 달러가 드는 F-35를 구매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이 F-35를 사갈 능력도 없는 인도 총리를 사실상 ‘면전에서 돌려까기’ 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사람들은 ‘어차피 인도 입장에서는 너무 부담스러워서 구매를 거절할 테니, 그 때 “그럼 F-35 대신 이러저러한 요구 들어줘(예를 들어 좀 더 싼 4세대 전투기 구매해줘)”라며 압박하려는, 일종의 밑밥을 깐 거다’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인도는 아직도 1950년대 만들어진 전투기를 공중에 띄우고 있으면서 자신들의 기술수준에 걸맞지 않는 4세대 전투기 자체 개발과 생산에 매달리며 거의 30년을 허비했다. 그러다 보니 전투기들이 하염없이 노후화 되었고 지금은 인접국인 파키스탄이나 중국에 비해 한참 뒤떨어지는 공군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군사 전문가가 아니어도 금방 눈치챌 수 있는 커다란 공군력 공백을 가진 인도… 그리고 만들고 운용할수록 눈덩이처럼 비용이 늘어가는 F-35를 어디에 팔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미국…

이렇게 두 나라는 F-35를 테이블 위에 놓고 마주하게 되었다. 현재 F-35는 일부 나토 회원국과 일본 및 우리나라 등 전 세계에서 20개도 안되는 소수의 선진국에서만 운용되고 있다. 이런 F-35를 인도에 선뜻 제공하겠다고 트럼프가 이야기를 꺼냈고, 현재로서는 강제로라도 인도에게 팔아야겠다는 트럼프의 의지가 강해 보인다. 앞으로 이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한번 유심히 지켜 볼 만하겠다.

1 ‘This is how much it actually costs to fly U.S. military aircraft’, Popular Mechanics, 2022.11.16자 기사

2 ‘Another F-35 crashes; Will Musk suggest budgetary cuts to world’s most expensive fighter program?’, The EurAsian Times, 2025.01.29자 기사

3 ‘F-35 fighter jets are only ‘mission capable’ 55% of the time, new report says’, NBC News, 2023.09.22자 기사 참조

4 ‘India opposition slams Trump’s F-35 offer, Russia makes its own pitch’, Reuters, 2025.02.17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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