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이 안방까지 진입할 태세다. 로봇청소기는 이미 집안을 활보하고 있다. 기업은 가정용 인공지능(AI) 로봇이 삶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며 장밋빛 미래를 장담한다. 1인 1스마트폰처럼 1인 1로봇 시대도 곧 도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가정용 AI 로봇은 아직 낯설다. 당장 가정용 AI로봇이 계단에서 굴러 아이를 덮치면 누구한테 책임을 물을 지 우리는 모른다. 가족과 대화하는 가정용 AI로봇이 저장한 안면 데이터와 음성 정보가 안전하게 관리되는 지, 수집 데이터의 최종 용도가 무엇인지도 알기 어렵다. 이런 질문에는 곧잘 과도한 걱정이라는 답변과 당장 상용화도 안 됐는데 기우라는 지적이 뒤따르기 일쑤다.
기술이 여러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란 기술 만능주의적 낙관론도 많다. 그럼에도 소비자 불신과 우려가 이어지는 이유는 기술에 대한 불신만이 아니다. 사고가 났을 때 나를 보호해 줄 정확한 사회적 약속(법·제도)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물론 가정용 AI로봇은 인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 분명한 잠재력을 갖췄다. 노인 돌봄 동반자부터 고된 가사 노동에서 해방시킬 도우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술 자체는 죄가 없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라는 이야기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법·제도가 한참 뒤에 따라가 대혼란을 겪은 초기 자동차 시대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참고할 만한 합리적인 개인정보 보호 방안과 사회적 약속이 시급하다. 예컨대 사고 발생 시 제조사 책임 범위에 AI로봇 판단을 포함할 것인지와 같은 문제를 다루는 규칙이 필요하다. AI 로봇이라는 공진화 파트너를 발명한 지금, 기술 개발과 사회적 합의라는 두 바퀴가 함께 굴러가야 가정용 AI 로봇이 진정한 인류 삶의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