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타율 0.190, 좀처럼 슬럼프를 떨쳐내지 못하던 김휘집(NC)이 ‘한 방’으로 연장 승부를 끝냈다. 비거리 130m 대형 홈런이었다.
NC 김휘집은 12일 고척 키움전 연장 10회초 결승 투런 홈런을 때려냈다. 6-6 동점이던 2사 1루, 상대 투수 이강준의 2구 낮은쪽 152㎞ 투심을 걷어올렸다. 타구는 거대한 포물선을 그리며 고척돔 왼쪽 담장을 새카맣게 넘어갔다. 옛 소속팀 키움을 상대로 평소 세리머니를 잘 하지 않던 김휘집이 양 팔을 불끈 쥐었다. 그만큼 요즘 마음고생이 심했다. NC는 김휘집의 2점 홈런을 지켜내며 8-6 승리를 거뒀다.
경기 후 김휘집은 취재진과 만나 “그냥 시원했다. 연습하던 스윙에서 홈런이 나와 좋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를 너무 길게 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키움전은 세리머니를 절제하려고 하는데 워낙 극적인 순간이어서 세리머니가 나왔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휘집은 이날 전까지 타율 0.190으로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였다. 이날 경기도 앞선 네 타석에서 출루 한 번을 하지 못하고 2차례 삼진만 당했다. 김휘집은 “사실 홈런을 어떻게 친 건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공 안보고 돌렸다”고 말했다.
김휘집은 ‘이번 시즌 마음고생이 심하겠다’는 말에 “힘들긴 하지만 어떡하겠느냐. 마음고생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4타수 무안타 치고 그러면 정말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만 어쩔 수 없다. 다음날 일어나서 또 운동 열심히 하고, 희망차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휘집만큼이나 사령탑도 고민이 많다. 이호준 NC 감독은 이날 경기 전 김휘집의 이번 시즌 부진은 원인이 명확하다고 했다. 무게중심이 지나치게 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스윙을 보면 마지막까지도 (중심이) 하늘에 있다. 그래서는 좀 낮게 들어오는 공이 다 볼로 보이고 높게 들어오는 건 다 스트라이크로 보일 거다. 그러다보니 계속 나쁜 볼에 방망이가 나간다”고 말했다.
김휘집은 높은 공을 좋아하고, 또 높은 공을 잘 치는 타자다. 높은 공을 공략해서 장타를 여럿 만들어냈다. 그러나 올시즌 들어 손 대기도 어려울 만큼 높은 공에 방망이가 나가고 있다. 반면 낮은 코스는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오는 공도 흘려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이 감독의 지적도 이런 부분이다.
김휘집은 “무게 중심 자체가 팔에 쏠려 있다보니 좀 내리는 방향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제가 워낙 중심 이동이 많은 유형인데, 투수들이 점점 좋아지다 보니까 좀 한계를 느끼기도 했다. 바꿔보려고 하는데 성적도 안나오고 하다보니 스스로 더 쫓기게 되더라”고 말했다.
감독도 선수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1군 실전을 치르는 중에 대대적인 교정에 들어가기는 부담이 너무 크다. 아예 2군으로 내려보내서 메커니즘을 확실하게 바꾸는게 낫지 않을까 고민도 했지만, 팀 사정상 역시 쉽지 않다.
김휘집 역시 도망치듯 2군으로 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잠깐 2군에서 재정비에 집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는 말에 고개를 저었다. 김휘집은 “실력이 부족해서 내려가라고 하시면,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만 나 스스로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다만 지난달에는 ‘그냥 다치면 좋겠다’는 생각도 사실 들었다. 그래서 더 무리하기도 했다. 스스로 더 몰아붙이고 싸우다가 내 몸에 내가 지는 한이 있더라도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김휘집의 이날 홈런은 지난달 29일 이후 처음이다. 낮은 코스 공을 공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김휘집은 “경기 끝나고 감독님께서도 ‘홈런 친 코스를 잘 보라’고 하셨다. 낮은 공을 때려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김휘집의 홈런에 더그아웃 모두가 뜨겁게 환호했다. 김휘집은 “다들 너무 기뻐해주셔서 감사했다. 감독님은 ‘기대 안했다’고 하셨는데, 감독님이 기대 안 하실 때쯤 하나씩 치는 것 같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