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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 신경발달장애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정부가 새로운 치료 수단으로 디지털 치료제(DTx) 개발에 착수한다. 연구개발(R&D)을 넘어 의료기기 상업화까지 추진, 임상현장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20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오는 2028년까지 약 56억원을 투입해 신경발달장애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할 예정이다. 1분기 중 대학, 병원, 기업 등 공동연구기관을 선정해 개발에 착수한다.
디지털 치료제란 약물은 아니지만 질병을 치료하거나 건강을 향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SW)를 뜻한다. 애플리케이션(앱)이나 게임, 가상현실(VR) 콘텐츠 등이 주로 쓰인다.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이번에 ADHD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 틱장애를 포함한 신경발달장애 치료·호전시키기 위한 디지털 치료제 등을 개발할 예정이다. 디지털 치료제 형태는 관련 질병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치료효과를 높이되 구현 방식은 연구기관에서 자유롭게 제안하도록 할 방침이다. 두 질병에 대한 유병률이 높아져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 나섰지만, 주된 치료 방식인 약물치료 효과가 크게 향상되지 않아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병원에서 ADHD로 진료받은 환자는 2019년 7만2452명에서 2023년 20만1251명으로 177.8%나 증가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 역시 우리나라 유병률은 인구 10만명당 1506명으로,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현재 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마땅한 치료제는 없다. 주로 약물 치료를 진행하지만, 완치가 어렵고 상당 부분 증상을 악화시키지 않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 치료제 효과를 입증한 연구결과가 지속 발표되고, 특히 기존 약물치료와 병행할 경우 치료 효과가 높아진다는 연구까지 나오면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철현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팀은 기존 약물치료를 유지하면서 게임형식의 디지털 치료제를 함께 사용한 결과 ADHD 환아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등이 유의하게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2020년에는 의료기기 기업 아킬리 인터렉티브가 개발한 비디오 게임형 디지털 치료제가 세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기도 했다.
정부는 이 같은 효과를 바탕으로 단독 혹은 병용요법으로 활용 가능한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 임상현장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연내 치료제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에는 임상적 유효성 검증에 나선다. 2027년부터는 의료기기 허가에 돌입한 뒤 2028년부터는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까지 받아 처방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의료계에서도 신경발달장애 치료를 위한 디지털 치료제 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특히 주로 발생하는 소아에서 활용할 경우 치료효과도 커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게임이나 VR 등을 이용한 디지털 치료제는 환아에 디지털 기기 과몰입 우려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며, 적용 확대를 위해선 수가 등 규제 개선도 선행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ADHD 유병률이 크게 높아지는 등 전반적인 신경발달장애 환자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신경발달장애가 초기에 치료할 경우 예후가 좋은데다 성인 대비 아이들이 디지털 기기 친밀도가 높은 만큼 보조적 수단으로 디지털 치료제를 잘 활용할 경우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