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기자 lllk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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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규모로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좁은 면적에 서울의 32배에 달하는 전력 밀도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업 지속성 자체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1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공급 리스크 진단’ 보고서를 통해 “클러스터가 요구하는 16GW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지 물리적 가능성부터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력망 안전성, RE100(재생에너지 100%), 사회적 수용성, 탄소중립 정책 등 다층적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입주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총 16GW 전력을 필요로 한다. 이는 2024년 기준 우리나라 최대 전력 수요(97GW)의 16.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특히 서울·남서울 변전소 피상전력(전기 계통이 흘려보내야 하는 총량)이 35GVA인데 이의 60%인 21GVA가 서울 면적의 1.9%에 불과한 용인 클러스터에 집중 공급돼야 한다.
보고서는 “면적당 전력 공급 밀도가 서울의 32배에 달한다”며 “반도체 특성상 ‘1분 정전이 수십억 원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변전소 집중 설치, 송배전망 이중화·지하화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특히 △좁은 지역의 변전소 용지 부족 △RE100 이행과의 연계 미흡 △한국전력공사의 재정 부담과 주민 반발에 따른 사업 지연 △탄소중립 정책과의 충돌 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생산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RE100을 선언했지만 클러스터 내 태양광·풍력 발전을 설치할 여유 부지가 없어 실행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이에 대한 개선 과제로 ▲전력품질 유지를 위한 전담 배전망관리기관(DSO) 설치 ▲재생에너지 시장 개편과 인증서 제도 마련 ▲지방자치단체 수용성을 높일 보상체계 정비 ▲접속선로 및 변전소 이중화 등을 제안했다.
유재국 입법조사처 선임연구관은 “전력 공급 리스크가 현실화되면 반도체 공장은 가동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정부·지자체·기업이 다양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사전에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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