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송현] 상법 개정이 첨단산업에 몰고올 '고난'

2025-03-30

첨단산업 발전의 핵심 기반은 경쟁사보다 빠르게 최신 기술을 확보하고 적용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고도의 기술력을 가진 전문 인력과 정교한 생산 설비에 대한 대규모 자본 투자가 필요하다.

첨단산업을 주도하는 기술 기업일수록 배당보다는 재투자나 성장 중심의 전략을 택한다. 대형 빅테크 일부는 배당을 하지만 다른 산업에 비해 전반적으로 배당성향이 작다. 엔비디아 주가는 110달러가 넘는 반면 분기별 1센트만 배당한다. 현금 부자였던 애플 역시 17년 동안 배당을 하지 않다가 2012년에야 재개했다.

한국 증시는 첨단산업 관련 기술주가 주도했다. 시가총액 1·2위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반도체 기업으로 고난도 기술과 초정밀 제조 공정을 필요로 하며 막대한 연구개발(R&D)비와 설비투자가 동시에 요구된다.

기술주는 투자 관점에서 성장주로 분류된다. 성장주의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는 단기의 주주 환원보다는 투자액을 중시한다. 극한 경쟁 양상을 띠는 첨단산업의 특성상 올해 수익이 나더라도 투자가 밀리고 성장에 뒤처지면 미래 성장 동력이 꺼지고 한번 주저앉으면 다시 일어서기 어렵다. 소니와 인텔의 추락이 이를 웅변한다.

야당이 밀어붙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까지 확대하고, 전자 주주총회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명분은 밸류업이지만 투자자들의 과도한 배당 요구와 경영 개입, 단기적 이익 추구 행위들이 오히려 장기적 주주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더욱이 행동주의 펀드 등의 소송과 결부돼 기업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고 경영 리스크를 키워 미래 수익성을 침해한다는 지적 역시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첨단 기술 기업에 이번 상법 개정안은 부정적 영향이 크다. 입법 취지와 달리 장기적인 주가 하락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개별 주주의 권한 강화는 행동주의 펀드 등을 중심으로 지나친 배당 요구와 그에 따른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이에 따른 자금 조달 및 투자 지연은 기술 중심 성장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경쟁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경제 안보가 중시되면서 테크 기업을 육성하려는 국가별 노력도 치열해지는데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릴 수 있는 것이다.

기술 혁신이 불확실한 중소형 기술 기업에 미칠 상법 개정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미래 성장을 담보하는 기술 투자는 수익 실현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위험 역시 높다. 일부 주주가 이러한 기술 투자의 위험성에 부정적 견해를 밝히고 적극적 배당 요구에 나서면 기업은 성장 기회를 잃기 십상이다.

물론 법원이 일방적으로 일부 주주 의견에 편향돼 기업 경영을 흔들 리 없다고 기대할 수 있겠지만 법 조항에 규정된 내용이 기초인 만큼 법원의 판결이 시장 논리와 반드시 부합한다는 보장은 없다. 특히 이번 상법 개정의 경우 주주를 위해 일할 의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만 그 의무의 범위를 제한할 구체적 문구는 어디에도 없는 구조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 기술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고 혁신을 유도해 장기적 기업 가치를 높일지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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