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헌법재판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무더기로 글을 올리고 나섰다. 이들은 ‘매크로(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까지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형법상 업무방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10일 헌재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글을 남기려는 접속자들이 폭주했다. 글을 올리기 위해 ‘등록’ 버튼을 누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5800여명이 대기 중이라는 안내가 나왔다. 전날 오후 8시쯤 대기 순서는 1700번이었다.
대기자 폭증 원인 중 하나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조직적 움직임이 꼽힌다. 지난 9일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는 ‘헌재 자유게시판 탄핵 반대 딸깍으로 끝내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이 글의 작성자는 “개딸(개혁의 딸·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 강성 지지자)들이 (헌재 게시판에)좌표를 찍었다고 해서 손쉽게 등록할 수 있는 스크립트를 만들었다”며 매크로를 공유했다.
작성자는 ‘탄핵 반대’ 문구 생성을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 GPT’도 이용했다고 밝혔다. “사기 탄핵 각하하라” “탄핵반대!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지 마십시오” 등 13개 종류의 제목과 이에 따른 “내란 부역자들은 각오해야 할 것이다”와 같은 내용을 챗 GPT로 무작위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 지난 9일부터 10일 오후까지 헌재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탄핵반대! 국민의 선택을 무시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8300여건 올라왔다.
이 매크로를 이용하면 ‘대기 순번’과 상관없이 먼저 본인인증을 한 후 글을 남길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 매크로를 이용해 글을 남기면 업무방해 혐의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강혁 변호사(법무법인 에이치앤케이)는 “헌재 게시판은 특정 개인이나 세력이 아닌 모두에게 참여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데, 글 작성 기회를 독점해 정치적 이익을 볼 수 있다”며 “업무방해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성순 변호사는 “홈페이지 관리자가 예비해 둔 방법을 피해 글을 작성할 수 있게 한다면 홈페이지 관리 주체에 따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허위조작감시단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매크로 유포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다. 감시단은 “극우 세력이 매크로를 이용해 헌재 자유게시판을 불법 점령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것은 여론이 아니고 말 그대로 조작이고,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헌재는 ‘홈페이지 폭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부터 50인 이상 동시 접속 시 대기열을 표시하도록 조치했다. 서버 증설도 논의했는데 예산 문제로 어렵다고 한다. 헌재 관계자는 “지난 9일부터는 자유게시판 글 수가 10배 이상 늘어나 게시판 구동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라며 “매크로에 관한 사항도 인지하고 있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