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7년 대한민국

2025-01-22

2057년 1월 23일, 서울에 사는 직장인 김서아(32)씨의 월급날이다. 즐거운 날이어야 하는데, 김씨는 우울하다. 지난해 연말 국민연금 기금이 마침내 0이 됐다. 쌓아뒀던 기금이 사라졌으나 노인들에게 연금은 내줘야 하니 연금 보험료가 28%로 뛰었다. 가뜩이나 건강보험료, 장기요양보험료, 소득세 부담에 허리가 휘었는데 연금 보험료마저 치솟은 거다. 김씨가 손에 쥐는 돈은 월급의 30% 남짓이 됐다. 열심히 일하는데, 생계가 흔들리게 됐다. 정치권이 표 안되는 국민연금 개혁을 미루고 또 미룬 결과다. 김씨가 태어난 2025년은 국민연금 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이었다. 대통령 탄핵으로 권력 진공 상태가 된 와중에 정부가 추진하던 국민연금 개혁이 흐지부지됐다. 여야 정치인들이 27년 만에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데 극적 합의하면서 기대를 모았지만, 각론을 두고 정쟁만 거듭하다 그냥 미뤄버렸다. 이후 줄줄이 이어진 선거에 표 떨어지는 정책인 연금 개혁은 완전히 묻혔다. 5년에 한 번 연금 재정을 진단할 때마다 ‘20**년 기금 고갈’ ‘개혁이 시급하다’는 말이 나왔지만 그때뿐이었다. 인구 4400만 중 2000만이 노인인 2050년대 대한민국에서 연금제도를 개혁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됐다. 지난해부터 전국 곳곳에서 청년층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버는 족족 남을 부양하는 데 써야 하는, 현재도 미래도 없어진 청년들이 국민연금 제도를 폐지하라며 들불처럼 일어났다. 퇴근길 김씨는 내일 출근하는 대신 광화문 집회 현장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32년 뒤 30대 직장인이 겪을 일을 소셜픽션으로 그려봤다. 터무니없는 상상에 그친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2025년생 김서아씨의 절망은 정해진 미래다.

지난 21대 국회는 보험료율을 9%에서 13%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연금 비율)은 43% 또는 44%로 의견이 갈렸지만 거의 마침표를 찍으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막판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 때 구조 개혁을 하자”고 뒤집으며 없던 일이 됐다. 정부가 보험료 13%-소득대체율 42%, 자동조정장치를 담은 개혁안을 냈지만, 이후 계엄·탄핵 정국이 이어지며 개혁은 멈춰섰다. 권력 진공 상태가 된 지금, 국회가 나서야 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정권이 바뀌더라도 연금 시한폭탄의 초침은 돌아간다. 오늘도 내일도 매일 885억원의 연금 적자가 발생하고, 미룰수록 미래 세대 고통은 커진다. 소득대체율 1%p, 구조 개혁에 집착하며 시급한 개혁을 더는 미뤄선 안 된다. 가장 좋은 연금개혁은, 가장 빨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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