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마지막 달, 12월엔 어떤 회사들이 얼마나 투자를 받았을까. 먼저, 지난해 첫 유니콘이 탄생했다. 하반기 중에선 12월에 투자집행액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고, AI와 제조, 커머스, 바이오·헬스케어 등 여러 분야에서 눈에 띄는 투자가 있었다.
6일 스타트업 정보제공 플랫폼 ‘혁신의숲’이 정리,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씨드(seed) 투자부터 프리(pre) IPO 단계까지 총 143개 스타트업이 8327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단, 이 통계에서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 모기업의 자회사 투자와 대기업에서 분사된 기업의 투자는 빠졌다.
투자 받은 곳을 카테고리 별로 살펴보면 투자액 규모로는 헬스케어/바이오 분야(1631억원 이상), 제조/하드웨어(1463억원 이상), 패션(1250억원 이상)의 순이다. 투자 받은 스타트업 기업 수로는 AI/딥테크/블록체인 분야(26건), 제조/하드웨어 분야(24건), 헬스케어/바이오(21건) 순으로 많았다.
가장 큰 규모로 투자받은 곳은, 스픽이지랩스코리아로 1094억원의 투자를 받아 유니콘에 등극했다. AI로 영어 회화를 할 수 있게 하는 교육 솔루션인데, 이번 투자로 1조4000억원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았다. 시리즈 C 투자 라운드는 메타(구 페이스북)와 슬랙의 주요 투자사로 잘 알려진 글로벌 벤처캐피털 엑셀(Accel)이 주도했다. 오픈AI 스타트업 펀드(OpenAI Startup Fund), 코슬라 벤처스(Khosla Ventures),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등이 참여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투자로 역시 ‘유니콘’에 이름을 올린 에이블리코퍼레이션도 100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기업가치 3조원을 평가받았다.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 4910(사구일공), 아무드(amood)를 운영하는 곳인데, 중국 이커머스 알리바바 그룹이 소수 지분 투자 방식으로 참여, 에이블리의 지분 5% 내외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은 3230억원 규모이며, 추가로 2000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를 계획 중에 있다고 밝혔다. 에이블리 측은 이번 투자금을 상품력, 추천 기술, UI·UX 등 커머스의 본질을 꾸준히 고도화하는 데에다 쓰고, 신사업에 투자해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데에도 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 외에 12월 한 달 간,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곳은 다음과 같다. AI 디지털 덴티스트리 솔루션 기업 이마고웍스가 시리즈C로 230억원을 받았다. 웹 기반 AI 치과용 CAD를 만드는 곳으로, 치아 보철물을 디자인하는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는 솔루션을 만든다. 심혈관질환 진단과 치료를 위한 의료기기를 만드는 도터는 시리즈B 브릿지 투자에서 144억원을 유치했으며, 디지털 치매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모코그도 시리즈B 단계에서 220억원을 투자 받았다.
바이오·디지털헬스케어 부문에서 100억원 이상 투자가 잇달았는데 ▲RNA 플랫폼 기술 기반 항암·난치성 질환 바이오 신약을 개발하는 알지노믹스(203억원) ▲표적 단백질 혈액암 치료제를 만드는 유빅스테라퓨틱스(257억원) ▲단백질 분해 기술 기반 신약을 제조하는 핀테라퓨틱스(200억원) ▲장기요양기관 통합관리 솔루션 ‘이로움’을 운영하는 티에이치케이컴퍼니(250억원) ▲신소재를 기반으로 맞춤형 수술 트레이닝 솔루션을 개발하는 알데바(110억원) 등이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위성영상을 AI로 분석하는 스타트업 에스아이에이(SIA)도 프리 IPO 단계에서 제이비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7억원을 투자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코스닥 도전을 자진 철회했던 마키나락스가 19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했다. AI 가속기를 개발하는 하이퍼엑셀이 550억원, 반도체 유리기판 장비를 만드는 에스이에이가 420억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안테나 무선주파수(RF) 부품을 개발하는 에이치제이웨이브도 45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사피온 CTO 출신 정무경 대표가창업한 AI 기업 디노티시아도 210억원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12월 마쳤다.
네이버웹툰의 인기 만화를 많이 보유한 ‘박태준만화회사’를 운영하는 더그림엔터테인먼트는 215억원, 디지털 의상 솔루션 기업인 클로버추얼패션은 500억원의 신규투자를 받았다. 패션 멀티샵을 운영하는 웍스아웃도 25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1월부터 12월까지, 발표된 금액을 합산하면 약 6조8595억원이다. 지난 1년간의 투자 흐름을 살펴봤을 때, 12월은 일년 중 가장 많은 투자가 성사됐다. 투자금으로 봤을 때도 하반기 중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졌으며, 일년 전체로 봤을 때는 5월 8383억원을 제외하면 두번째로 많은 투자금이 몰렸다.
혁신의숲을 운영하는 벤처투자사 마크앤컴퍼니의 장혜승 이사는 “대형딜들과 대형사들이 주도했던 12월”이라면서 “400억원이상의 투자 유치건이 다수 포진되어 있었으며, IBK기업은행, 산업은행, 한국투자파트너스, KB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투자사들의 막바지 클로징이 몰리면서 투자금액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