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오늘도 건설 현장에 출근한 노동자가 집에 돌아오지 못했다. 건설업은 우리나라 전체 산업 가운데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현장이다. 우리 사회는 안전이나 보건 의무를 다하지 않아 노동자가 죽는 안타까운 사고를 막기 위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만들어 2022년 1월 본격 시행했다. 하지만 한 해 건설 현장에서 목숨을 잃는 노동자는 여전히 세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 사회는 건설 현장 사망 사고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비즈한국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초청대상 대선 후보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입장을 물었다. 지난 20일부터 28일까지 답변을 취합한 결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답변을 보내왔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비즈한국은 인터뷰 질의에 응답한 후보자 입장을 최대한 답변 그대로 전하되, 질의에 응답하지 않은 후보자 입장은 선거 기간과 이전 대외 발언을 발췌해 정리했다. 비즈한국 인터뷰 답변은 300자 내외로 규정했기 때문에 관련 발언도 같은 수준으로 인용했다.
#이준석 “형평·실효성 문제 보완해야” vs 권영국 “범위 확대하고 처벌 강화해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산업현장 안전을 강화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이 법은 입법 당시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조정 없이 밀어붙이듯 통과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합리적 조정과 보완이 필요한 법이라고 본다. 특히,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가 실질적으로 충분한 안전조치를 다했음에도 불가항력적으로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까지 형사처벌을 강제하는 현재 구조는 형평성과 실효성 양면에서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형식적 서류 작업에만 매몰되는 ‘안전의 관료화’ 현상까지 생긴다고 본다. 책임을 묻되, 책임을 다한 사람에게는 그에 합당한 보호장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없도록 법을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솜방망이 처벌이 없도록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 중대재해처벌법 3년 동안 기소 건수는 5%, 처벌 건수는 2%다. 법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있는 법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권력구조로 인한 결과다. 특히 건설산업의 복잡한 원하청 구조와 불법하도급 계약은 산재 책임 소재를 모호하게 만든다. 이런 모호한 책임 구조 속에서 산업재해는 전혀 줄어들지 못하고 있다. 안전 장비 미지급 문제도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 작년 추락사한 고 문유식 님도 안전모를 지급받지 못해 세상을 떠났다.
#이재명 “합의로 만든 법, 예방 효과” vs 김문수 “처벌 위주 악법, 개정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건설 현장의 안타까운 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것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비용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중략) 안심하고 일할 권리를 보장하고 고귀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중대재해처벌법 강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시절인 2022년 10월 경기 안성시 물류창고 공사현장 추락 사고 발생 당시 SNS 게시물)
중대재해처벌법은 여야 합의로 만든 법이다. 그것을 악법이라고 국민의힘 후보가 주장하면 되겠나. (중략) 법이 시행되고 안전 조치를 안 하면서 이익을 보던 사람들이 형사처벌을 우려해 조심을 한 덕분에 산업재해 사망자가 줄었다고 한다. (중략) 형사처벌을 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예방 효과에 있다. (지난 20일 경기 의정부시 선거 유세 현장 발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사장이나 회장은 아무것도 모르는데 무조건 책임을 지워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구속한다는 것은 좀 심한 것 같다. (중략) 어떻게 하면 중대재해 사망 사건을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했는데, 법 취지는 좋지만, 너무 처벌 위주다. (중략) 안전 부문에서 처벌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과학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장관 시절인 지난 4월 전문건설공제조합 특별 강연)
제일 지금 문제되는 부분이 ‘중대재해처벌법을 과연 이런 소규모 중소기업까지 적용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중략) 제가 여러가지 결정권자가 될 때는 반드시 이런 악법이 반드시 여러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못하도록 고치겠다. (지난 15일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협의회 조찬 강연 축사)

#이재명·권영국, 10대 공약에 산재 관련 내용 담아
비즈한국이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초청 대상 후보자들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대통령 선거 10대 공약에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한 공약을 담은 후보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뿐이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10대 공약집에서는 이와 관련한 공약을 찾을 수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0대 공약 중 7순위로 “노동이 존중받고 모든 사람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냈다. 하청 노동자 보호를 위한 원·하청 통합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등 ‘일하다 다치거나 죽지 않게’ 노동안전 보건 체계를 바꾸고, 업무상 재해 위험이 높은 자영업까지 산재보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이행 방법으로 제시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10대 공약 중 2순위로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권과 사회안전망”이라는 공약을 내세웠다. 산업 현장 위험 상황의 판단과 조치 주체를 노동자, 노동자 대표, 사용자로 넓히고, 노동자나 노동자가 선임한 대표가 위험 상황을 판단·확인할 수 있도록 권한을 확대하는 등 작업중지권 보장 확대와 사용에 따른 불이익 금지를 이행 방법으로 제시했다.
한편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 26일 정책공약집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예방 목적에 맞게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법을 사후 제재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 의무 소홀에 대한 제재가 가능토록 개선하고, 50인(억 원)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 보건 확보 의무를 위험성평가, 종사자 의견 수렴으로 한정하는 등 규모별 의무를 차등화하겠다고 밝혔다. 규정을 명확화하고 처벌은 완화하는 내용이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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