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호 이사 사직원 처리도 전에 사장 임명 의결
전 사장에게 통보 안 해…방통위 “법적 문제 없어”
이사들 “신동호의 어떠한 직무수행도 인정 못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신동호 EBS 사장을 임명하면서 전임 사장에게 신임 사장 임명 사실을 사전에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 사장의 EBS 이사 사직원이 처리되기도 전에 방통위가 신 사장 임명을 의결하는 등 사장 선임 절차가 급박하게 진행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EBS 이사들은 신 사장의 이사회 개최 요청을 거부했다.
31일 취재를 종합하면, 방통위는 지난 26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어 신동호 사장 임명을 의결했다. EBS 이사였던 신 이사의 사직원은 처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신 이사는 오전 11시쯤 이사 사직원을 냈고 EBS 이사회는 오후 1시45분쯤 방통위에 사직원을 제출했다. 방통위는 오후 2시15분쯤 신임 사장 선임 결과와 26일부터 3년간의 임기가 개시됐다는 사실을 언론에 발표했다. EBS 대외협력부에는 오후 2시19분 e메일을 통해 신 사장 임명이 발효됐다고 통지했다.
김유열 전 사장은 직무 수행 중이던 오후 2시30분쯤 언론 보도를 통해 후임자 임명 사실과 곧바로 임기를 개시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통상 임명 의결 다음날이나 그 후에 임기가 개시됐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김 전 사장은 퇴임식도 없이 오후 3시 부장 이상 보직자와 송별 간담회만 하고 떠났다. 이때까지 김 전 사장은 임기와 관련된 어떤 공문도 직접 받아보지 못했다. 오후 3시30분쯤 김성동 부사장이 방통위 공문을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BS 내부에선 “27일 0시로 임기를 발표해도 되는데 왜 이렇게 서둘렀는지 의문스럽다”는 분위기다.

방통위는 법적 절차에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행정적으로 문서가 통지되는 시점에 새로운 사장의 임기가 시작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김유열 전 사장은 3월 7일 임기를 다했고 후임 사장이 올 때까지 근무했던 것”이라며 “방통위가 새로운 사장이 임명됐다고 알려주는 시점에 김 전 사장의 임기는 자동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EBS 사장 후보자들 면접도 서두른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취임한 김명중 전 사장은 면접자 확정 후 28일 후 면접을 봤고 2022년 취임한 김유열 전 사장은 면접자 확정 후 16일 후에 면접을 봤는데 신동호 사장은 지난 20일 면접자로 확정된 후 단 5일 만에 면접을 봤다. EBS 내부에선 “EBS 사장은 공직자 재산 등록 대상이기에 면접 전 재산 보유 현황 등 인사 검증을 해야 하는데 시간이 촉박해 제대로 검증이 이뤄진 것 맞느냐”며 “이진숙·김태규 ‘2인 방통위’ 체제에서 사장 선임 절차를 서두르다 불필요한 논란이 생겨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신 사장은 EBS 구성원들의 반발에 가로막혀 31일까지 출근하지 못했다. EBS 보직 간부 52명은 보직 사퇴를 선언했으며 센터장·본부장·국장 등 부서장들, 부장급 보직 간부들까지 ‘신동호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다.
EBS 이사들은 신 사장이 다음달 3일 이사회 개최를 요청했으나 거부했다. 유시춘 이사장·김선남·문종대·박태경·조호연 이사는 입장문을 내고 “구성원들마저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마당에 무슨 이사회를 연다는 말인가”라며 “법적 다툼이 정리되기 전에는 그의 어떠한 직무수행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유열 전 사장은 ‘2인 방통위’ 체제에서 새로운 사장을 임명한 것이 문제라는 취지로 ‘신동호 사장 임명’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4월 3일 첫 변론 기일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