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적인 일상] 슈퍼볼 하프타임 쇼

2025-02-18

지난 2월 9일, 세계적 힙합 아티스트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는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슈퍼볼 LIX 하프타임 쇼에 섰다. 슈퍼볼이란, 미국 프로미식축구 리그(NFL, National Football League)의 챔피언 결정전을 일컫는 말이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경기 전후반을 나누는 20~30분의 쉬는 시간 동안의 공연(순수 공연 시간은 12~15분 정도)을 말한다.

매년 1억 명 이상이 생중계로 경기를 시청하기 때문에 슈퍼볼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의 결승전이 아니라 미국 스포츠, 문화, 경제를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이며 경기 자체뿐만 아니라, 하프타임 쇼와 광고도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다. *30초 광고비가 120억 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슈퍼볼, 그리고 하프타임 쇼는 NFL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는 글로벌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아티스트로서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선다는 건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인정받는 자리인 것이다. 그렇기에 매년 슈퍼볼 하프타임 쇼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뜨겁지만, 올해는 더욱 뜨거운 열기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켄드릭 라마의 공연이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현재 미국 사회를 관통하는 정치적,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미국 사회는 더욱 날카롭게 갈라지고 있다. 인종 갈등, 경제적 불평등, 정치적 대립이 더욱 심화되는 가운데, 흑인 아티스트인 켄드릭 라마는 인종 간 갈등과 긴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무대 위에서 상징적으로 풀어냈다. 그는 공연 연출, 무대 장치 등을 통해 미국 정부와 백인 기득권층을 향해 강하고도 비판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그는 엉클 샘(Uncle Sam)이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켰는데, 이 엉클 샘은 미국이라는 국가 그 자체를 의인화한 일종의 마스코트로 주로 미국 정부 또는 군대를 대표하는 캐릭터지만 흑인 인권 문제와 관련해 부정적인 이미지로 쓰이는 상징이다. 켄드릭 라마는 자본주의를 통해 흑인을 착취하는 부정적 상징으로 엉클 샘을 등장시켰는데, 엉클 샘을 흑인 배우, 사무엘 L. 잭슨을 캐스팅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미국 자체를 비판한 것이다.

켄드릭 라마의 퍼포먼스는 화려한 쇼를 넘은, 예술을 통한 자기표현의 교과서였다. 20년의 커리어 동안 계속해서 인종 간 화합, 지역 간 연대를 소리 내 외쳤던 켄드릭 라마가 슈퍼볼 하프타임 쇼타임에 자신의 음악으로 현재 미국의 분열과 갈등에 대해 소리쳤다. 슈퍼볼이 미국 최대의 이벤트인 만큼, 이날 도널드 트럼프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한 사람의 가수가 한 나라의 대통령 면전에서 이른바 디스를 대차게 해버렸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는 매년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고, 화려한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무대는, 화려함을 넘어 메시지를 담은 공연들이다. 그리고 켄드릭 라마의 올해 공연은, 역사에 남을 것 같다. 나는 이 공연을 보면서, 현재 가장 인정받고 대중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아티스트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는 동시에, 자신이 속한 집단과 사회를 보다 나은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소리 내는 한 인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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