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국내 병원 IT사업 최대어로 꼽히는 차병원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HIS) 구축 사업자 선정 막이 올랐다. 대형사업 기근에 시달리는 의료IT 시장에서 300억원 규모 '빅딜'이 뜨면서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이지케어텍, 엠투아이티 2파전이 유력한 가운데 클라우드 기업들도 사업 참여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차병원은 이달 초 사전 사업 참여의향을 밝힌 이지케어텍, 엠투아이티 두 곳의 HIS 솔루션 업체에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오는 29일 해당 업체 사업계획 발표를 거쳐 내달 중순 최종 사업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업은 강남·분당·일산·구미 4개 부속병원의 HIS를 개발·구축하고, 하드웨어(HW) 인프라까지 교체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접목, 업무 효율성 증대를 위한 복수 시스템도 구축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말 차세대 시스템 가동이 목표다.
사업 규모는 300억원대가 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SW) 개발비가 절반가량 투입되고, HW 인프라 교체와 유지보수 비용 등이 나머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차병원 차세대 HIS 사업은 올해 병원 IT 프로젝트 중 최대어로 평가된다. 국내 최대 여성전문병원인데다 부속병원 4곳 병상수를 합치면 2000병상이 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특히 올해 발주된 유일한 상급종합병원 차세대 사업인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약 130억원) 프로젝트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크다.
수주 당락을 결정 짓는 요소로는 클라우드, 가격, 통합 세 가지가 꼽힌다. 우선 차병원은 '오라클 인프라스트럭처(OCI)'를 클라우드 축으로 삼아 호환되는 HIS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가격 비중이 30%로 꽤 높게 책정됐다. 결국 상대적으로 비싼 오라클 클라우드 솔루션을 활용하되 이와 호환되는 솔루션을 중심으로 얼마나 공격적인 가격 제안을 하느냐에 수주 여부가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다.
강남, 분당, 일산, 구미 4개 병원의 HIS를 통합 구축하는 만큼 안정적인 과업 수행 역량도 중요한 평가요소가 될 전망이다. 현재 강남, 분당, 일산차병원은 후지쯔 전자의무기록(EMR)을, 구미차병원은 현대정보기술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다.
이지케어텍은 차병원과 유사한 서비스형인프라(IaaS) 형태의 중앙보훈병원 차세대 HIS 구축 사업을 수행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최근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국립소방병원 등 굵직한 병원 차세대 사업을 수주한 것도 안정감을 준다.
엠투아이티 역시 국립암센터 차세대 사업 등을 수주하며 대형병원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대형병원 차세대 사업에서 이지케어텍에 연이어 밀렸는데, 이번에는 국내 클라우드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격적인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
의료IT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급종합병원 차세대 사업은 한건에 불과할 정도로 기근인데, 300억원이 넘는 대형사업은 단비 같은 존재”라며 “클라우드 방식으로 구축함에 따라 의료 분야 진출을 적극 노리고 있는 클라우드 업체들도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를 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