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연금' 받으면서 '공짜 외제차'까지 욕심… 특권 찌든 국회의원의 최후[글로벌 왓]

2025-09-18

동남아시아 동티모르에서 국회의원들이 ‘공짜 외제차’를 욕심냈다가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시위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화들짝 놀란 국회의원들은 자신들이 받는 ‘종신 연금’을 폐지하겠다며 무마에 나섰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네팔 등에서 정치권이 특권을 과시했다가 Z 세대 등의 거센 저항에 부딪혀 결국 특권을 내려놓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동티모르 의회는 전날 국회의원의 종신 연금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최근 수도 딜리를 중심으로 대학생 시위가 일어나자 국회의원 65명에게 새 차량을 지급하기로 한 결정을 의회가 철회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전직 동티모르 국회의원들은 2006년 제정된 법률에 따라 재직 당시 급여만큼의 연금을 평생 받고 있다.

동티모르 의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시위대 대표단과 회담을 했다며 해당 법률을 폐지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시위대 대표단인 크리스토바오 마토(27)는 "그들이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 더 큰 규모의 시위를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날 시위에 참여한 트리니토 가이오도 AFP에 "(국회의원용) 차량이 이미 운송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내가 낸 세금이 잘못된 방향으로 쓰이지 않도록 학생들과 함께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동티모르 주요 정당들은 국회의원 65명에게 도요타 새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지급하기 위해 예산 420만 달러(약 58억 2000만 원)를 편성했다. 의회 공식 문서에 따르면 차량 구매 입찰은 이달까지 완료될 예정이었다. 이 계획에 반발한 동티모르 대학생 2000명은 지난 15일부터 사흘 동안 딜리에서 공공기관 건물을 파손하고 정부 차량에 불을 지르는 등 시위를 했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진압했다.

141만명이 사는 동티모르는 동남아 국가들 가운데 최빈국으로 꼽힌다. 450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75년 독립을 선언했지만 이내 인도네시아에 점령됐다. 동티모르 인구의 40%가량은 빈곤층이어서 불평등, 영양실조, 높은 실업률 등 사회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인도네시아와 네팔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정치인 등의 특권과 부패에 반발한 대규모 시위가 잇따랐다. 지난달 말 인도네시아에서는 국회의원 특혜에 반대하는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해 방화와 약탈 등이 벌어졌고, 경찰 장갑차에 깔려 숨진 오토바이 배달 기사를 포함해 10명이 숨지고 20명이 실종됐다.

네팔에서도 지난 8∼9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행정 수반인 총리가 교체됐고, 경찰관 3명을 포함해 72명이 숨지고 2113명이 다쳤다. 최근 필리핀에서도 정치권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오는 21일 수도 마닐라 등지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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