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지연 객원기자) 한 해의 끝에서 듣는 음악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입니다. 지나온 발자취들을 돌아보면서 일 년의 삶에 대한 성찰과 함께 새로운 다짐으로 새해를 기다리는 시간들입니다.
마지막 남은 한 달이 아쉽기만 합니다.
브람스의 교향곡 3번 F장조. Op.90 3악장은 바로 이러한 때, 한 해의 끝자락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입니다.
브람스의 인생이 담긴 교향곡

이 교향곡은 1883년, 브람스가 50세가 되던 해에 쓰여졌습니다.
그는 이미 앞서 작곡한 교향곡의 성공으로 인해 베토벤의 정신을 이어받아 ‘고전적 균형과 낭만적 깊이를 완벽히 결합한 작곡가’로서 그 시대에 유럽에서 가장 인정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정점에 있던 그 시절에 작곡한 이 3번 교향곡에서 거장다움을 과시하여 웅장하거나 비극적 긴장이 감도는 화려함을 택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는 그 에너지를 안으로 끌어들여 인간 내면의 평화와 성찰을 그리기로 선택했습니다.
그 시절 브람스는 오랜 벗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던 클라라 슈만과의 관계 속에서 복잡한 감정을 겪고 있었습니다. 클라라는 스승인 슈만의 부인으로서 브람스가 평생 사랑했으나 결코 완전히 다가갈 수 없었던 존재였습니다.
그는 이 악보의 서두에 “F_A_F”라는 세 글자를 새겨 넣었습니다. 이 글자는 교향곡 3번의 모토를 보이기 위함도 있지만, 그가 자주 사용하던 신념의 표어, “Frei aber froh (자유롭지만, 행복하게)”의 약자이기도 합니다. 이는 브람스의 음악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그의 자유는 늘 고독이 동반되었고, 그 고독은 음악 속에서 가장 따뜻한 행복으로 변모했습니다. 이루지 못하는 사랑으로 혼자서 외로움과 동거하던 그를 오로지 음악이 위로하고 행복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3악장. ‘Poco Allegretto’의 독특한 아름다움
보통 교향곡의 세 번째 악장은 유쾌하고 익살스러운 스케르초(Scherzo)가 자리합니다.
그러나 브람스는 전통적인 형식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여기에 느리면서도 서정적인 악장을 배치했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곡 전체의 정서를 바꾸어 놓았습니다. 3악장을 화려함이 아닌 고요한 사색의 중심축으로 만든 것입니다.
f단조의 서두로 비올라와 첼로가 부드럽게 노래하는 첫 선율은 잊혀질 수가 없는 깊은 울림을 전달합니다. 곡 시작 몇 마디 안에 지난 시간의 회한과 따뜻한 그리움이 동시에 배어 있습니다. 현악기로 만들어 낸 이 선율은 브람스 특유의 숨겨진 감정의 언어처럼 들립니다.
단순한 세도막형식이지만 브람스의 천재성은 그 단순함 안에서 섬세한 변화를 만들어 냅니다.
조용히 위로해주는 음악
브람스는 이 곡을 통해 말없이 삶을 관조하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곡은 후반부로 갈수록 절제된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그 절제 속에서 진심이 가장 잘 들린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의 선율은 거창하지 않지만 묵직한 따뜻함으로 마음을 감쌉니다. 이루지 못하는 사랑으로 여전히 아팠지만 그래도 잘 견뎌온 자신에게 주는 감사의 선율인 것입니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이 곡을 들으며 지난 시간을 돌아봅니다. 무엇을 이루었는지 성과를 카운트하기보다는, 음악을 들으며 크고 작은 삶의 굴곡들을 어떻게 견뎌왔는지를 더 생각합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잘해왔어요.”
브람스의 음악이 들려주는 위로의 언어입니다.
브람스 교향곡 3번 3악장 듣기
[프로필] 김지연
•(현)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외래교수
•(현)이레피아노원장
•(현)레위음악학원장
•(현)음악심리상담사
•(현)한국생활음악협회수석교육이사
•(현)아이러브뮤직고양시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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