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포수 양의지(38)는 지난해 말 낯선 경험을 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골든글러브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두산의 스프링캠프지에서 만난 그는 "내가 없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보니 솔직히 좀 어색했다"고 쑥스럽게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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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는 2014~2016년과 2018~2023년 골든글러브를 수상해 총 9개의 황금장갑을 수집한 '단골 손님'이다. 통산 최다 수상자인 이승엽 두산 감독의 기록(10회 수상)과 단 1개 차다. 팔꿈치 부상 여파로 포수 출전을 자제한 2020년에만 지명타자 골든글러브를 가져갔을 뿐, 총 8차례 포수 부문 수상자로 단상에 올라 독보적인 위상을 뽐냈다. 그가 2020년 포수 부문에서 기록한 득표율 99.4%(유효표 342표 중 340표)는 여전히 역대 최고 기록으로 남아 있다.
다만 지난 시즌엔 잔 부상으로 자주 고생했다. 무릎과 허벅지 등이 잇달아 아파 144경기 중 119경기에만 출전했다. 포수로 608⅓이닝을 수비해 골든글러브 후보 기준(720이닝)을 충족하지 못했고, 지명타자로도 161타석에 나서 후보(297타석 이상)가 될 수 없었다. 처음 주전으로 자리 잡은 2010년부터 늘 골든글러브 후보에 올랐던 양의지에게는 생소한 연말이었다.
양의지는 "그동안 '당연히 내가 받는다'는 착각을 조금은 해왔던 것 같다"며 "골든글러브가 쉬운 상이 아니었다는 걸 실감했다. 마지막에 웃으면서 선수 생활을 그만두려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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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된 강민호(삼성 라이온즈)가 7년 만에 포수 골든글러브를 탈환하면서 "다음번에 또 받고 싶다"는 의욕을 보인 것도 양의지에게는 큰 동기 부여가 됐다. 양의지는 "나보다 두 살 많은 만호 형이 여전히 최선을 다해 뛰면서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나도 그런 책임감을 갖고 마음을 더 강하게 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결과가 나오자마자 바로 만호 형께 '축하드린다'고 인사했다. 올해는 나도 악착같이 해서 다시 수상에 도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목표를 이루려면 건강을 지키는 게 최우선이다. 양의지는 "지난해 생각보다 잔 부상이 많아서 '내가 준비한 게 이것밖에 안 됐구나. 잘못 준비했구나' 싶어 개인적으로 화가 많이 났다"고 반성했다. 또 "자고 일어나면 몸이 여기저기 아픈 날이 많았다. 염증도 많이 생기고, 예전엔 괜찮았던 부위에 없었던 부상도 찾아오더라"며 "나이 탓으로 여기지 않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잘 관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양의지는 지난겨울 부상 부위 관리와 몸 재정비에 전념했다. 그는 "치료도 열심히 하고, 보강 훈련도 많이 해서 지금은 통증이 거의 다 사라졌다"며 "무리하지 않고 관리를 잘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스프링캠프에서 늘 조심하고 집중해서 훈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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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되찾은 양의지는 올해 '전 경기 출장'을 목표로 뛴다. "가능한 한 포수로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는 "조인성 배터리 코치님께서 '언제든 체력이 떨어질 때는 안배를 해줄 테니, 일단 경기에 다 나간다고 생각하고 준비하자'고 말씀하셨다"며 "아픈 시즌이 있으면 건강한 시즌도 다시 온다. '다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더 독하게 마음먹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포수뿐 아니라 주장의 역할도 충실히 해낼 생각이다. '두산 왕조'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양의지는 올해 두산 소속으로는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다. 양의지는 "주장이 되고 난 뒤 확실히 캠프에서 선수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다"며 "팀에 젊은 선수들이 많아져서 나 같은 고참 선수가 좀 더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지난해 우리 팀은 선발진이 불안했지만, 그 과정에서 훌륭한 젊은 불펜진을 얻었다"며 "올해 선발진이 안정되고 시즌 초반부터 우리가 준비한 걸 잘 보여주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다. 2025년은 가을에 더 오래 경기하고,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