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두동강’서 살아남았다…美해병, 인왕산 오르는 까닭

2025-05-14

북한산(836m), 북악산(342m), 인왕산(338m)은 서울을 찾는 외국인이 꼭 가봐야 할 명소가 된 지 오래다. 지하철역에서 10여분이면 접근할 수 있고, 한두 시간 가볍게 산행하면 ‘천만 도시’ 서울을 한눈에 볼 수 있어서다. 전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이런 하이킹 코스를 찾기 어렵다. 코스도 다양해 북한산의 경우 남쪽은 서울 우이동, 북쪽은 경기 고양 북한산성 방면에서 오를 수 있다. 인왕산은 경복궁역에서 시작해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라운딩이 인기다.

지난 12일, 휴가차 서울을 방문한 브래드 프라앙(36)과 인왕산을 함께 올랐다. 그는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에서 두 차례(2017~2019년, 2021~2023년)에 거주할 때, 매주 주말마다 한국의 산을 찾아다닌 트레킹 매니어다. 또 4년 전엔 미국의 3대 트레일 중 하나인 애팔래치아 트레일(약 3500㎞)을 완주하기도 했다. 그는 고교 졸업 후 미 해병대에서 8년간 복무했으며, 아프가니스탄전(戰)에도 참전했다.

“인왕산은 다양한 서울의 모습을 한눈에 담을 수 있는 멋진 곳이라고 생각해요. 청와대와 남산타워, 롯데타워를 한 봉우리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요. 또 하나의 등산로를 통해서 서울의 여러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그것도 지하철로 연결된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미국은 이런 데가 없거든요.‘’

그는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잠시 인왕산에 들렀다고 했다. 운동화에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 평소와 다름없는 복장에 작은 배낭을 멘 채였다. 산에 가는 복장과 일상복이 다르지 않은 것이다. 인왕산 능선을 걷는 것도 산행이 아닌 “하이킹(hiking)”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주말엔 그와 함께 강원도 태백 함백산(1572m)을 걸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이유 중 하나도 백두대간 트레일(trail)을 경험하고 싶어서다. 한국의 산을 좋아하는 그에게 백두대간 풀코스(백두산~지리산 1300㎞)는 인생의 버킷리스트라고 했다.

7~8년 전, 그는 백두대간 남쪽(진부령~지리산 약 700㎞) 구간을 종주하고 싶었지만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외국인 혼자 백두대간 트레일에 대한 정보를 찾아간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전체 구간 중 국립공원관리공단 등이 ‘출입금지’ 구간으로 설정해 놓은 약 100㎞를 우회하는 길을 찾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했다. 한국인도 우회하는 게 어려워 상당 수 트레커는 이를 무시하고 들어가기도 한다. 하물며 외국인에겐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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