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초 대학원 동문회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필자가 나온 중국학과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거다. 현재 재학생은 단 한 명으로 내년 여름 졸업 예정이다. 한데 지난 2년간 신입생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공부를 마칠 때까지도 입학하는 학생이 없다면 폐과(廢科)될 가능성이 크다. 30년 넘는 전통을 자랑하던 곳이 그야말로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동문회 모임은 자연히 어떻게 학과를 다시 살릴 것인가 논의가 주가 됐다. 많은 말이 오갔지만 뾰족한 방안을 찾기는 어려웠다. 국내의 식어버린 중국 열기, 아니 식은 정도가 아니라 반중(反中) 또는 혐중(嫌中)의 말을 낳고 있는 세태가 반영된 게 아니냐는 무기력감이 모임을 지배했다. 이달 중순 열린 현대중국학회(회장 은종학) 동계 학술 세미나에서도 국내의 저무는 중국학 문제가 화제였다.

유정원 계명대 교수의 ‘혐중 시대 중국학의 위기’ 발표가 주목을 받았다. 유 교수의 조사에 따르면 한·중 관계가 최상이었다고 할 수 있는 2014년의 경우 국내 중국 관련 학과는 전국적으로 144개, 입학 정원은 3528명에 달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24년 전국의 중국 관련 학과는 118개로 26개가 줄었다. 18.1% 포인트 감소했다. 입학 정원은 2024년 1573명으로 무려 1955명이나 사라졌다. 감소율 55.4% 포인트로 반토막이 난 것이다.
중국 관련 학과를 필요로 하는 수요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는 지원자 수를 보면 되는데 2014년 중국 관련 지원자는 전국적으로 2만3570명을 헤아렸다. 그러나 2024년엔 1만4708명으로 8862명이나 감소했다. 그리고 지방이 전국 평균보다 더 크게 주는 모습을 보였다. 혹시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서울보다 지방이 더 커서 그런 걸까? 꼭 그런 건 아니었다.
2023년 뉴데일리의 ‘지역별 중국의 비호감도’ 조사에 따르면 강원·제주 및 인천·경기 지역의 중국 비호감도는 똑같이 78%로 공동 1위, 서울은 75%로 3위를 기록했다. 대전·세종·충청은 72%로 4위, 광주·전라가 65%로 5위, 대구·경북이 64%로 6위로 나타난 것이다. 주목할 건 중국학과 감소세에서 보이듯 국내의 중국 전공자는 확실히 줄고 있는데 중국 관련 과목을 들으려는 학생 수는 여전히 많다는 게 교육 현장의 목소리다.
전공까지는 하지 않지만, 중국에 대한 관심은 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중국학도 이제 변신이 필요한 시점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 자신을 위한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