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사랑해. 오래 살아야 해. 영원히 살아. 고양이 요괴가 되어줘”
‘흔한 집사의 말’이라며 SNS상에서 화제가 된 만화 대사입니다. 요괴가 되어달라는 말은 언뜻 저주 같기도 하지만, 영원히 나와 함께 건강히 살아달라는 하소연이기도 합니다. 이런 꿈이 실제로 이뤄지면 어떨까요? 애니메이션 영화 <고스트캣 앙주>의 37살의 요괴 고양이 ‘앙주’가 그 주인공입니다.

한여름의 한적한 바닷마을, 기차에서 한 부녀가 내립니다. 하지만 보통의 부녀와는 조금 달라 보입니다. 아빠의 테츠야의 몸에는 흉터가 가득하고 11살 딸 카린은 지나치게 어른스럽죠. 이들이 도착한 마을은 테츠야의 고향입니다. “누군가 있으려나” 주저하며 들어간 ‘소세지절’에는 한 스님이 테츠야를 반깁니다. 테츠야가 20년만에 고향에 온 이유는 쫓아오는 빚쟁이들을 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스님에게도 100만엔 (약 1천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가 화만 사게 됩니다.
반면 딸 카린은 모든 게 싫을 뿐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년이 지났고 곧 기일은 다가오는데, 철없는 아빠는 자신을 절에 둔 채 “돈을 갚고 오겠다“고 말합니다. 카린은 “돈 없는 거 다 안다”며 타츠야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쥐여줍니다. 아빠는 “엄마의 기일까지는 꼭 돌아온다”고 약속한뒤 카린을 절에 둔 채 떠납니다.

혼란스러운 카린 앞에 갑자기 오토바이를 탄 거대고양이가 나타납니다. 노란색 털에 분명 고양이의 얼굴인데, 몸집은 성인 남성만큼 커다랗고 두 발로 걸어 다닙니다. 심지어 처음 본 카린에게 “함부로 절에 들어오면 안 된다”며 퉁명스레 말을 걸기까지 하죠. 처음 보는 광경에 깜짝 놀란 카린은 스님에게 ‘고양이 맞느냐’고 물어봅니다. 스님은 “앙주는 우리 절에 사는 고양이 요괴야”라고 설명하죠.
37년 전, 앙주는 비 오는 날 동네 천변에서 스님에게 구조되었습니다. 손바닥만큼 작았던 아기고양이는 스님의 손에 거둬져 건강한 성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함께 지내고 10년, 20년이 지났지만 앙주는 도저히 늙지를 않았습니다. 그렇게 절에 온 지 30년이 된 해. 고양이 앙주는 사람의 모습을 한 거대 고양이 요괴가 되었습니다.
앙주는 요괴라고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성실하고 착합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고양이 손으로 마사지를 해주고 용돈 벌이를 합니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선생님’이고 동네 아이들에게는 ‘형님’이죠. 나이가 나이이니 술도 마시고, 약간 퉁명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지녔습니다. 언뜻 탈을 쓴 사람 같기도 하지만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신의 모습을 본다는 점에서 요괴임은 확실합니다.
시간은 지나고, 테츠야가 와야 할 때가 됐지만 소식은 없고, 카린의 전화도 받지 않습니다. 분노한 카린은 직접 기일을 챙기기 위해 혼자서라도 도쿄로 떠나겠다 마음먹습니다. 하지만 혼자는 위험하니 앙주가 함께 따라나섭니다. 분명 고양이이긴 하지만 카린보다 훨씬 오래 산 ‘어른’으로서 동행하는 것이죠. 두 사람은 도쿄에 도착해 시간을 보냅니다. 하지만 앙주의 눈에 카린 옆에 붙은 가난신이 보입니다. 가난신이 붙으면 되는 일도 안되는 ‘불행의 늪’에 빠지게 되는데 말이죠. 그걸 보고 있을 수 없었던 앙주는 떠나달라 부탁하지만 가난신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카린이 앙주에게 “허공을 보며 뭘 하는 것이냐”고 물으니 앙주는 “가난신과 대화 중”이라고 말합니다. 이 말을 듣자 카린은 “아무리 가난신이라도 신이니 소원을 들어달라”며 “돌아가신 엄마를 만나게 해주면 내 옆에 붙어있을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합니다.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가 죽고, 아버지에게마저 기댈 수 없는 카린은 죽음조차 두렵지 않았죠.
그렇게 앙주와 가난신, 카린은 죽은 엄마를 보기 위한 저승 여행에 나섭니다. 카린은 저승 도깨비와 염라대왕을 피해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요. 퉁명한 듯 다정한 고양이 앙주와 11살의 카린의 여행은 피식 웃음이 나다가도 마음 한쪽이 따뜻해집니다.
영화 <고스트캣 앙주>는 이마시로 타카시의 만화 <고양이 요괴 안즈 짱>을 원작으로 하는 일본과 프랑스의 합작 애니메이션입니다. 시골 바다마을의 아름다운 풍광과 부드러운 색감이 특징적인데,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정도입니다. 더해 실사로 촬영한 영상에서 표정이나 움직임을 추출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로토스코핑’ 기법을 사용해 2D 그림이지만 역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볼 수 있죠. 훌륭한 만듦새로 제77회 칸영화제 감독주간과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시네마 부문에 초청되기도 했습니다.

아무에게도 기대지 못하겠다 생각이 들때, 반려동물은 존재만으로 큰 위안을 주죠. 기르는 동물에게 ‘제발 영원히 함께해줘’라고 빌어본 사람이 있다면 “난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어. 요괴라 죽지 않으니까”라는 대답을 들려주는 앙주가 더 사랑스러울 것 같습니다.
나만 고양이 없어 지수 ★★★★ : 치즈 고양이의 따뜻한 털에 폭 안기고 싶어진다.
카린아 괜찮아 지수 ★★★★★ : 어린나이에 어른이된 카린의 모습이 안쓰럽고 귀엽다. 영화 <벌새>나 <이사>를 재밌게 봤다면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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