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에겐 이미 ‘친구’가 된 AI···“어디까지 써도 되나요?”

2025-11-19

한양대에 재학 중인 김금나씨(23)는 대학 생활을 “친구 같은” 인공지능(AI)과 늘 함께하고 있다. 매주 20쪽 분량의 영어 소논문 검토 과제를 받으면 김씨는 AI에게 이를 요약·정리해달라고 맡긴다. 과제 제출 전엔 AI에게 ‘교수님 입장에서 4학년 전공생 과제를 평가해 달라’고 요청한다. 시험기간에는 강의자료를 주고 모의 시험문제를 받아 풀어본다. 학교도 학생들이 학교 이메일 계정으로 AI 유료 구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학업 외 일상에서도 AI는 빼놓을 수 없다. 김씨는 얼마 전 학과 워크숍에서 사회를 맡게되자 AI와 함께 ‘아이스브레이킹’(서먹한 분위기 깨트리기)용 질문을 만들었다.

김씨가 AI를 동반자로 받아들인 계기는 지난해 다녀온 독일 어학연수였다. 독일어도 모르고 떠난 유학길에 AI는 여행 가이드이자 “독일어 회화를 함께 공부한 친구였다. 요즘 김씨는 잠자리에 들기 전 인간관계 같은 고민을 AI에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한다.

건국대에서 음악교육을 전공하고 있는 정찬호씨(23)는 복수전공인 지리학을 공부하며 어려운 개념을 AI에게 묻는다. 얼마 전에는 ‘신문화지리학’과 ‘자본주의지리학’을 비교하는 게 어려워 “미술관에 빗대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AI는 “작품을 둘러보고 감상하는 것과 큐레이터를 직접 인터뷰하는 차이”라고 설명한 뒤 추가로 그림까지 그려 보여줬다.

피아노가 주전공인 정씨는 주기적으로 연주회를 겸한 실기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시험곡을 고를 때도 AI와 상의한다. 연주할 수 있는 난도의 곡들과 함께 ‘낭만파 시대에서 현대 음악 사이’라고 시기를 정해주면 AI가 후보곡을 뽑는다. 클래식 감상이 취미인 정씨가 특정 분위기의 곡을 알려달라고 하면 유사한 곡을 추천한다. 정씨는 이제 연인과 다툼이 있을 때면 AI와 연애 상담도 한다.

김씨와 정씨처럼 이미 AI를 “친밀한 친구이자 유용한 도구”로 받아들인 대학생들이 많다. 지난 9월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발표한 연구를 보면 한국 대학생의 91.7%가 과제 등을 위한 자료검색에 AI를 사용했다고 답했고, 응답자 62.8%는 AI가 새롭고 창의적인 방식의 학습·일을 돕는다고도 했다.

최근 대학가에서 생성형 AI를 이용한 컨닝 사례가 잇달아 적발돼 대학들이 조치에 나서자 혼란도 커졌다. ‘AI 윤리’등 시잔 교육이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은 “어디까지 써도 될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를 보면 전국 131개 대학 중 생성형 AI 가이드라인이 마련된 곳은 30곳(22.9%)에 그친다.

고려대 미디어학부에 재학 중인 도헌씨(23)는 “(다른 학생이)2000자 분량 리포트 과제를 AI에 맡겨 그대로 제출하는 걸 보며 도의적으로 맞는지 고민스러웠다”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교육이라도 꼭 필요하다”고 했다. 정씨는 “대학생도 이런데 중·고등학생들은 어떻겠냐”며 “윤리 교육도 필요하지만 무엇이 ‘현명한 활용’인지 사회적 합의도 안 된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는 정규 교육과정에 AI 윤리 교육을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명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AI안전연구소장(서울여대 지능정보보호학부 교수)은 “대학뿐 아니라 초·중·고교 교육과정에 연령별로 필요한 수준에 따른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했다. 김 소장은 “나이에 따라 가르쳐야 할 윤리 교육이 달라 이를 차등해 교육과정에 반영해여 한다”며 “AI 윤리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기술의 긍정적 면과 어두운 면을 모두 교육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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