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경영체 등록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방대한 등록정보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이 농림축산식품부 의뢰로 수행한 ‘데이터기반 농정 구현을 위한 농업경영체 전략적 관리방안 연구’에 따르면 경영체 등록제도는 2006년 추진된 ‘맞춤형 농정’을 뒷받침하고자 2008년 도입됐다. 맞춤형 농정은 농가 등 정책대상의 발전단계에 따라 정책을 차별적으로 지원하는 농정 추진 방식이다. 이때 농가를 유형화하기 위한 기초자료로서 도입된 게 경영체 등록제도다.
실제 54개 항목(지난해말 기준)으로 구성된 경영체 등록정보는 농가 주소 등 일반 현황과 농작물 재배 정도 등을 상세히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방대한 정보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당초 취지처럼 정부가 경영체 등록정보에 따라 농가를 유형화한 뒤 정책수단을 맞춤형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공익직불금 등을 일률적으로 지급할 때 대상 여부를 확인하는 수단 정도로만 활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등록 때 요구하는 정보는 많은 반면 허위·부정 등록이나 현행화 지연을 제재할 방안은 부족해 정보를 곧이곧대로 신뢰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전남대 산학협력단은 정책의 차등 지원을 위한 선결과제로서 경영체 유형화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경영체 데이터베이스(DB)에 따라 논농업·밭농업·시설농업·축산업 경영체로 구분하고 이를 다시 영농 규모에 따라 기초·일반·전문 경영체로 구분한다. 여기에 경영주 연령과 영농 경력에 따라 경영체의 발전단계를 정착·성장·성숙·은퇴준비로 구별하고, 농외소득이 연간 3700만원을 초과하면 부업·소득다각화 경영체 지위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논 재배면적 2.5㏊, 농외소득 3000만원, 연령 63세, 영농 경력 18년의 농가는 ‘논농업전문경영체’로 유형화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산학협력단은 기초와 일반 유형 경영체를 대상으로는 등록정보를 각각 간소화·유지하고, 전문경영체에는 매출액과 종사자 등의 정보를 추가 요구할 것을 주장했다. 이런 방식으로 경영체 등록정보를 차등 관리하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정책 수요에 따라 지원을 차별화하자는 게 산학연구단의 제안이다.
문한필 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는 “농업인 식별 기준으로만 사용하기에는 경영체 등록정보에 투입되는 자원과 노력·시스템이 아깝다”면서 “경영체 등록정보를 정책적으로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경영체제도와 밀접한 농림사업의 지원 대상과 세부 지원 방식 등을 동시에 개편하는 대규모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석훈 기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민신문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