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퍼(옵션 매매로 일정 수준까지 손실 방어) 상장지수펀드(ETF)도 시간이 지나 투자자들이 익숙해지면 위험 헤지 수단으로 각광받을 것입니다.”
이경준(사진) 키움투자자산운용 ETF운용본부 본부장(상무)은 2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의 본질은 결국 손실은 피하고 수익은 추구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손실 제한형과 같은 중위험·중수익 ETF가 국내에 많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본부장은 월 배당 커버드콜(콜옵션 매수로 분배금 재원 마련) ETF가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 2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키움투자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 내놓은 첫 상품이 포트폴리오 편입 자산 비중을 증시 상황에 맞게 자동 조절하며 하락장에서 손실을 최소화하는 ‘KIWOOM 미국테크100월간목표헤지액티브’ ETF다.
손실 제한형 ETF를 내세운 배경에 대해 이 본부장은 “현재 국내 시장에 포트폴리오 위험 분산을 위한 선택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커버드콜과 고배당 ETF가 인기를 끈 것도 결국 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락장에서도 일정 현금 흐름 지급을 보장하는 커버드콜과 고배당 ETF가 중위험·중수익 상품 부재를 대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파생결합증권(ELS)이 고위험·중수익 투자 상품으로 판명이 난 지금 한국 시장에서 중위험·중수익 투자 상품은 실종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국내 ETF 상품 개수는 1000개를 돌파했는데 대다수가 ‘야수의 심장’을 지닌 소수의 투자자들만을 위한 상품이라는 지적도 더했다. 그는 “국내 ETF 대부분이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테마형에 국한돼 있다 보니 매도 타이밍을 잘 잡지 못하는 투자자들은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당장 고수익보다는 원금 지키기를 더 우선시하는 투자자들을 위한 중위험·중수익 ETF가 지금보다 더 많아야 한다는 지론이다. 장기 투자가 무조건 능사가 아니라는 점도 함께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투자로 절반을 잃으면 원금 회복을 위해서는 주가가 2배(100%) 상승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특히 자본 적립 기간보다 인출 기간이 더 길게 남아 있는 노후 연령층의 경우 이 기간을 버티기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