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휴전 영향...“전반적 교역확대 기회속 대중 비교우위는 약화”

2025-05-13

미국과 중국이 상호 부과한 세자릿수 폭탄 관세를 90일간 낮추기로 합의함에 따라 우리 정부와 기업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중간재 비중이 높은 우리 수출 구조상 미·중 교역 중단 리스크는 피하게 됐지만, 배터리와 가전 등 주요 제조업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배터리·가전, 中과 가격경쟁 격화 전망

양국 합의에 따라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가 가격 경쟁력을 회복, 국내 업체와의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중국산 배터리는 100% 이상 고율 관세로 미국 시장에서 사실상 경쟁력이 봉쇄돼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간 관세 인하로 중국산 배터리의 미국 진출 가능성이 커져 국내 기업과 가격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CATL·BYD 등 중국 업체들은 생산 원가 절감과 공급망 장악 측면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어, 30% 수준 관세만으로도 상당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은 북미 지역 내 생산거점 확대, 현지 광물 조달망 강화, 배터리 소재 내재화 등으로 대응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중저가 가전 시장을 차지한 중국산 제품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돼 국내 기업과의 경쟁 격화가 예상된다. 중국 현지생산 비중이 높은 중국 제조사들이 100%가 넘는 관세폭탄을 맞자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이 유리한 입지를 점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현재 국가별 상호관세 여파로 현지 가격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지 초저가 시장을 장악한 중국에 대응해 중저가 제품 라인업 보강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양국의 관세 인하 협상에 따라 중국이 다른 국가로 저렴하게 물량을 쏟아내는 '저가 밀어내기' 현상이 일부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반도체 불확실성은 지속

반도체는 미·중 관세 인하 조치 대상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양국간 갈등이 일부 봉합되면서 관세 부과 수위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미국 상무부는 4월 반도체 관세 부과를 유예한 대신 반도체와 반도체 제조장비 등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를 근거로 반도체에 25% 이상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다만, 미국 관세 정책이 겨냥한 중국과 무역분쟁 수위가 다소 누그러지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다. 국내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뿐 아니라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한다. 중국에 높은 반도체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 수출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 정책이 겨냥한 건 중국”이라며 “양국이 상호 관세 인하에 합의하는 등 이전보다 관계를 일부 회복하면서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대한 관세 정책 수위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對中 수출 20.1% 감소…양국 합의로 수출 개선 기대

우리나라 수출 여건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중간재 수출 비중이 높아 미·중 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 수출의 특성을 감안하면 미·중 교역이 사실상 중단되는 상황을 면한 것만으로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중은 서로의 의존도로 장기간 고율의 보복관세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양국의 합의가 글로벌 시장과 한국 수출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국의 중국 견제 기조가 변할 가능성은 없다”며 “향후 양국 협상 추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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