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나눔 30년 헌신… “지친 청년들 버팀목 돼야죠” [차 한잔 나누며]

2025-01-19

천안 문치과병원 문은수 원장

의료봉사, 취약계층 지원 앞장

병원 수익금 20%는 사회 환원

지금까지 낸 후원금만 30억원

병원장보다 ‘털보의사’로 유명

“나를 만든 8할은 어릴 적 가난

어려운 이웃 돕고 살겠다 다짐”

“제가 (이웃의) 어떤 상실도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나무로 단단히 서 있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행복합니다. 서로 부대끼며 위로하는 숲속의 한 그루 나무이고 싶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취약계층 후원과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한 기부와 의료봉사 등 사회환원 활동 등을 펼쳐온 문은수(62) 충남 천안시 문치과병원장의 나눔 철학이다. 문은수 병원장보다는 ‘털보의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문 병원장은 전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치과병원을 일궜다. 지금은 조금 줄어들었지만, 치과 단일 진료과목으로 병원 직원만 130명이 넘기도 했다.

그가 털보의사 등으로 세계적인 인사로 명성을 떨치게 된 배경은 1995년 개원 직후부터 휴일 등 진료 외 시간을 활용해 의료봉사 등 다양한 사회공헌과 함께 장학재단까지 설립해 청소년·청년들 꿈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병원을 한아의료법인으로 변경한 2002년부터는 병원 수익금의 20%가량을 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취약계층 후원과 장학금 지급은 물론 적십자사 활동, 범죄피해자 지원, 청년 지원 등에 지금까지 30억원가량을 후원했다.

문 병원장은 2020년에는 더욱 규모 있게 청년들의 취업과 창업 지원 등을 지원하기 위해 사단법인 ‘블루문드림’을 설립했다. 창립초기 2000여명의 회원이 가입했고 회원들은 취업·주거·육아·교육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자립지원을 위해 기부에 동참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은 멘토링을 통해 재능기부를 더하고 있다. 그는 국제봉사단체인 국제로타리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주말인 18일 오후 천안시 동남구 신부동 문치과병원에서 만난 문 병원장은 “오늘의 나를 만든 8할은 어릴 적 겪은 지독했던 가난”이라고 운을 뗐다. 충북 보은군 두메산골 피난민촌에서 자란 그는 말 그대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국가에서 배급을 타 먹으며 살았기에 학비도 제때 내지 못하는 유년기와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회고했다.

그가 치의학 박사로서 임플란트 수술의 대가라 불리며 치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성공한 의료인이 되는 데는 하나의 깨달음과 가난과 고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긍정 마인드가 바탕이 됐다.

“중학교 졸업을 앞두고 고교 진학 여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담임 선생님께서 ‘경제적인 어려움은 있겠지만 시내로 나가 공부를 계속하면 꼭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유하셨죠. 아마 공부도 곧잘 하던 제자가 학업을 관두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셨던 것 같아요. 결국 청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가난도 내성이 생겼나봐요. 몇 끼니 굶는 것은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는데 거처할 곳이 마땅찮았어요. 어렵사리 방을 구했고 방세 부담을 줄이고자 생면부지의 친구들과 동거를 했는데, 그때 제 인생을 바꾸고 좌우명이 된 ‘3분의 2 법칙’을 깨달았어요.”

그가 설명하는 3분의 2 법칙은 이렇다. 고교시절 친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누구보다 청소·빨래·밥짓기 등에 솔선수범했는데도, 이런저런 사소한 일로 다툼이 반복됐고 여섯번째 룸메이트마저 자취방을 떠나게 됐다고 했다. 고교생 문은수는 같은 문제가 더 되풀이되면 경제적으로나 학업적으로도 문제가 생길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을 시작했다.

새벽기도를 가서 가난 한탄과 삶의 고단함에 펑펑 울고 난 후 친구들이 잇따라 떠나는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했다. ‘열 가지 일 중에 내가 네 가지를 하고 친구가 세 가지를 했다면 나머지 세 가지 일을 안 한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가?’ 나머지 세 가지 중에 두 가지는 친구의 잘못이라 해도 한 가지 잘못은 분명 자신의 몫이라는 게 오랜 고민의 결론이었다.

문 병원장은 “교우관계에서 늘 잘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이라며 “누군가와 원만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두 명일 때에는 전체 중 3분의 2를 하고 셋일 때는 절반을 해야 다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웃었다. 그의 평생 좌우명이 된 ‘인생을 바꾸는 3분의 2 법칙’은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직장, 봉사활동, 사회활동 등에도 적용된다고 했다.

문 병원장의 앞으로 바람은 지난 30년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는 “이 땅의 지치고 힘든 청춘들에게 꿈과 희망의 전령사로서 감동과 유익함을 전달하며 더 많은 나눔과 봉사의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이 ‘정치를 하려고 그러느냐? 이렇게 많은 봉사와 기부를 하고 사느냐’고 묻곤 한다”며 “저는 단지 어렸을 때의 다짐과 꿈 그대로, 이 시대 청춘들에게 저와 같은 가슴앓이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고 싶은 버팀목이 되고 싶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천안=글·사진 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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