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산과 들에 노랗고 희게 피어나 가을을 알리는 꽃

2024-10-20

10월이 되면서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제대로 가을 맛이 나는 것 같지요. 가을이 되면 나무 꽃은 더 이상 피지 않습니다. 하지만 풀꽃은 가을에도 많이 피어나죠. 흔히 봄·여름에만 꽃이 핀다고 생각하지만 가을에도 생각보다 많은 꽃이 핍니다. 가을 하면 떠오르는 꽃은 코스모스와 국화인데요. 사실은 코스모스도 국화의 일종이랍니다.

국화과 꽃들은 특징이 있습니다. 예전 ‘코스모스’ 편에서 언급했듯이 혀를 닮은 혀꽃(설상화·舌狀花)과 대롱을 닮은 대롱꽃(관상화·管狀花·통꽃)이 여러 송이가 모여서 하나의 꽃을 이루죠. 많은 꽃이 머리 모양의 꽃받침에 다닥다닥 조밀하게 모여 두상꽃차례(head·두상화서·頭狀花序)를 이룬 것인데, 즉 여러 송이가 뭉쳐서 하나의 꽃다발을 이루고 있는 셈이죠. 과명인 ‘Compositae’도 많은 꽃이 합쳐져 있음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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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요. 장례식 등 추모할 때 바치거나 꽃꽂이·관상용으로 사용하는 커다란 원예종과 소박하고 작으면서 산이나 길가에서 보기 쉬운 야생종이 있습니다. 대국·중국·소국 등 원예종은 다양한 색상의 꽃이 있습니다. 야생종은 구절초와 같이 흰색을 띠는 것과 산국처럼 노란색을 띠는 것으로 크게 나뉩니다. 우리가 흔히 등산로나 길가 화단에서 보는 국화는 야생종인 산국이에요. 가끔 산국과 비슷한 ‘감국’도 있습니다. 둘은 구분이 어려운데요. 감국이 산국에 비해 꽃이 좀 커요.

세계적으로 난초과·콩과와 더불어 국화과도 종류가 많기로 유명합니다. 국화과에는 2만5000∼3만5000종이 있는데, 꽃 피는 식물의 약 10%에 해당하죠. 분포하는 지역의 면적으로 따지면 국화과가 단연 1위일 겁니다. 국화과는 남극대륙을 제외한 지구 대부분의 지역에서 자라고 있거든요. 국화과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아마 이름을 들으면 누구나 “아하!” 하고 놀랄 겁니다. 앞서 예로 들은 국화들 말고도 코스모스를 비롯한 해바라기·민들레·개망초·뽀리뱅이·엉겅퀴·쑥·고들빼기·취·씀바귀·마거릿·구절초 등이 모두 국화과 식물이죠.

미국 멤피스대 교수인 제니퍼 멘델 등 연구자들의 논문에 의하면 국화과 식물은 83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때부터 존재했다고 합니다. 남아메리카가 기원지인데, 이후 다양한 기후변화를 거쳐 현재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세계화된 식물이 되었죠. 그렇다면 어떻게 국화과 식물들은 그렇게 널리 또 많이 퍼질 수 있었을까요?

번식에 유리한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독특한 꽃의 구조를 꼽을 수 있어요. 국화과 식물은 수많은 낱낱의 꽃들이 모여 하나의 꽃을 이룹니다. 꽃다발과도 같으니 곤충이 한번 들르게 되면 그중 여러 꽃에서 수분이 이뤄지겠지요. 게다가 국화과 꽃에서는 대개 향이 나기 때문에 곤충을 유혹하기에도 유리합니다. 두 번째로는 해충을 막아내는 물질을 들 수 있어요. 국화 잎을 한 장 따서 문지른 다음 냄새를 맡으면 알싸한 향이 납니다. 쑥에서 나는 향과 비슷하죠. 이것은 잎을 갉아먹는 애벌레나 초식동물을 막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그 물질을 우리는 약으로 사용하고 있지요. 국화차를 마실 때 나는 특유의 국화 향이 바로 이런 물질 중 하나에서 비롯한 거예요.

세 번째는 특이한 열매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도깨비바늘 등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국화과는 열매에 갓털이 달려서 바람에 멀리 날아갈 수 있습니다. 갓털은 관모라고도 하는데, 꽃의 한 기관으로 꽃받침이 털처럼 변한 것으로 깃털·창·비늘 등 여러 모양으로 나타나죠. 깃털처럼 생겨 낙하산 모양을 이루는 민들레 씨앗을 떠올리면 알기 쉽지요. 어떤 모양이든 갓털은 종자가 성숙하면서 같이 발달해 종자의 번식을 돕습니다. 과육이 발달하게 되면 동물들이 먹어버리겠지만, 갓털은 먹기도 어렵기 때문에 손상되지 않고 살아남아서 멀리 번식할 수 있죠. 한 가지 장점을 갖기도 어려운데 많은 장점을 갖고 있어서 마냥 부럽기만 한데요.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오랜 시간 다양한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왔을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세상 모든 일에는 공짜란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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