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한국시간) US여자오픈 골프 1라운드가 열린 미국 위스콘신 주 밀워키 인근 에린 힐스 골프장에서 가장 큰 소음은 14번 홀에서 나왔다. 박성현의 이글 후 팬클럽 회원들의 함성이 터졌다.
전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박성현이 슬럼프에 빠진 건 6년 쯤 됐다. 2019년 어깨 부상 이후로 박성현 다운 성적을 못 냈다. 팬들은 성적에 개의치 않았다. 이날 흰색 셔츠를 입은 팬들 10여 명이 박성현을 따라다녔다.
박성현이 잘 할 때도 해외 원정 응원 팬 수는 이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도 숫자가 줄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미국 물가가 매우 올랐다. 여행 비용이 만만치 않다. 팬들은 박성현을 보기 위해서는 그 정도 투자는 필요하다고 본다.
팬클럽인 ‘남달라’ 회원 8명은 함께 여행하고 있다. 3개월 일정으로 온 팬도 있고, 3주 일정으로 온 사람도 있다.
에어비앤비 집을 빌려 함께 자고 큰 차로 함께 이동한다. 경기를 안 할 때는 관광을 좀 하냐고 물었더니 응원할 체력을 비축하기 위해 아무 것도 안 하고 숙소에 머문다고 했다. 모자도 박성현의 스폰서 로고가 달린 모자로 통일했다.

해운대에서 왔다는 손미경(60)씨는 “2월에 미국에 와서 대회를 보고 3월에 동남아시아에도 가고 다시 미국에 와서 따라다니고 있다”며 “딸 이하정(27)씨와 아들도 다 팬이라 함께 왔다. 한국에 프로님 중계가 잘 안나오기 때문에 함께 온 아들은 응방(응원방)에 문자 중계를 한다”고 했다. 돈은 누가 버냐고 했더니 “남편이 번다”고 농담을 했다.
딸 하정씨는 “회사에 다니다 퇴사하고 실컫 응원하러 왔는데 좋은 직장 취직이 되어서 이번 주 돌아가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손미경 씨는 “박프로님이 잘 안 될 때 나도 맨날 울기도 했다”면서 “성적이 좋았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상관없다. 존재 자체, 볼 수 있다는 자체가 기쁨이며 오늘 볼 생각에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다”라고 했다.
또 다른 팬은 “우리 프로님 마음이 착해서 성적이 조금 덜 나는 것 같다. 박 프로가 칠 때, 퍼트할 때 바람이 더 부는 것도 같다”고 했다.
박성현과 원정 응원 팬들이 식사를 같이 하기도 한다. 팬클럽 회원들에 따르면 박성현이 밥값을 내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다 실패했다. 손 씨는 “돈을 내려 하면 우리가 카드를 확 빼앗아 버린다. ‘우승하면 사시라’고 했다”고 말했다.
팬클럽은 다음달 10주년이 된다. 대전에서 30팀이 라운드하고 사진전도 연다. 박성현은 이글에도 불구하고 이날 5오버파를 기록했다.
밀워키=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