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민심은…정치보다 무더위·고물가 '걱정'

2024-09-19

역대 가장 늦은 폭염·열대야

반팔 추석에 안부 대신 '덥다'는 말 먼저

고온에 작황 망쳐…채소·과일 값↑

응급실 이용 걱정에 어린 아이는 두고 고향 찾아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올 추석 연휴에는 역대 가장 늦은 폭염, 가장 늦은 열대야가 이어졌다. 무더운 날씨 탓에 추석 밥상머리 화두도 바뀌었다.

오랜만에 보는 가족들 앞에서도 안부보다 '덥다'는 말이 먼저 나왔고 '내년에는 얼마나 더 더워지는거냐'는 걱정이 오갔다. 고온으로 인해 과일과 채소 가격이 치솟으며 고물가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올 추석 연휴에는 8월 중순과 같은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다. 서울에는 역대 가장 늦은 9월 폭염경보가 내려졌고, 추석 당일이 포함됐던 17∼18일에는 기상관측 이래 가장 늦은 열대야 기록이 쏟아졌다.

추석 연휴 이후 첫 출근일인 19일까지 무더위는 꺾이지 않고 서울 한낮 기온이 33도까지 오르는 등 폭염경보가 발령 상태다.

무더위는 추석 연휴 옷차림 풍경도 바꾸어 놨다. 추석 연휴 마지막날 가족들과 백화점을 방문한 A씨는 "9월이라 백화점에 털옷들이 잔뜩 걸려있는데 보기만 해도 숨이 턱턱 막히면서 더웠다"고 말했다.

명절에 만난 친지들 사이에서도 무더위 걱정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추석 때까지 에어컨을 튼 적이 있나 싶다", "반팔 입은 추석은 처음이다", "다음 추석은 얼마나 더 더울지 걱정이다"는 등의 얘기가 오갔다.

시민들은 무더위로 물가가 치솟으면서 장을 보러 가는 마음도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B씨는 "장보러 마트를 갔는데 시금치 한 단에 9800원이더라 비싼 곳은 1만5000원 하는데도 있다"며 "예전보다 묶음당 양도 줄어든 것 같다. 반찬 해먹는것 보다 사는게 싸다는 말이 와닿는다"고 했다.

과일과 채소값은 올랐지만, 농가는 웃지 못했다. 농가들은 올해는 폭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가 없었지만,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큰 피해를 입었다고 입을 모았다.

멜론과 같은 열대과일을 기르는 농가는 그나마 숨통이 틔였지만, 양파, 마늘과 같이 식탁 물가와 직결되는 채소를 주로 기르는 농가는 뜨거운 태양 아래 작물이 고사해 시름이 늘었고 전했다. 특히 겉만 익은 과일은 제값을 받지 못해 전년 대비 수익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낮은 쌀값에 의한 시름도 늘고 있다. 정부가 최근 5만톤을 추가 매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쌀값은 10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충남 부여군 농부 A씨는 "50년 넘게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무더위는 처음"이라며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뒤늦은 정부 대응만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낮은 쌀값에 대해서는 "매년 정부가 땜질식 처방만 내놓고 있다"며 "쌀값 정상화에 정부가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길어지고 있는 의정갈등 탓에 추석 연휴 기간 응급실을 찾게 될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은 혹시라도 장거리 이동 중에 사고라도 날까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각각 4살, 6살 자녀를 두고 있는 C씨는 "이번 추석엔 병원 때문에 애들을 데려가지 않았다"며 "병원에서도 연휴에 애들이 어릴 수록 멀리 이동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18개월 딸을 두고 있는 D씨 역시 "아이와 산책이나 외출을 했다가 다칠까봐 걱정되고 날씨도 갑자기 더워져서 밖으로 나가는 것도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정갈등과 관련한 민심에서는 의사들의 요구가 과도하다는 말이 나왔다. E씨는 "의사들이 대통령한테 사과를 요구하는 게 무리한 요구같아 보인다"며 "내년도 의대증원 철회까지 요구하는 것도 떼쓰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길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에 대한 피로감도 드러냈다. 평소 의정갈등 뉴스를 챙겨봤다는 F씨는 "대체 의정갈등이 언제까지 이어지는 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의사 집단이 자신들의 이익만 고집하다보니 더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ykno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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