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성, 35세 이하(1990년 이후 출생자), 대졸, 키 170cm 이상, 컴퓨터 활용 능력 우수. 경력자 선호. 기본급 1750위안(약35만원)에 수당 별도 제공.
중국 헤이룽장성 치치하얼시 타이라이현 인민병원이 시간제 경비원을 모집하며 제시한 조건이다. 지난 13일 발표된 이 채용 공고는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SNS)를 뜨겁게 달궜다. 누리꾼들은 병원 측이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했다고 울분을 쏟아내고 있다.
19일 중국 매체 상유뉴스에 따르면 병원 측은 공고를 토대로 현재 채용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모집 인원은 2명이다. 지난 15일 기준 3명이 지원했다.
병원 측은 정확한 수치를 밝히지 않았지만 월 급여는 수당까지 합쳐 지역 최저임금 기준을 충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지역별로 최저임금이 다른데, 치치하얼은 1850위안(약37만원)이다. 치치하얼 경비원들은 통상 1800위안~3000위안(36만원~60만원)을 받으며 50~60대가 많다고 전해진다.
병원 측은 구직자가 너무 많이 몰리는 것을 우려해 다소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중국판 러스트 벨트(쇠락한 산업지역)으로 불리는 헤이룽장성은 임금이 낮고 실업률이 높은 편이다.
보도가 나가자 다시 한번 충격받았다는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중장년층 종사자가 많은 경비 일자리마저 중국판 유리 천장인 ‘35세’가 적용됐다는 사실이 논란을 일으켰다. “35세가 넘은 사람은 경비원도 될 수 없다” “경비원 업무에 반드시 대졸 학력이 필요한가?”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유명 기술 블로거인 ‘마상탄’은 웨이보에 “‘월 1750위안, 35세 이하’는 일개 병원의 채용 공고지만 너무나 많은 사람의 고민거리인 낮은 임금, 연령 차별, 취업 압박을 담아내고 있다”며 “월 1750위안이면 어디에서 살든 가족 부양은 물론 기초 생활도 쉽지 않다. 심지어 고용주가 대졸 학력에 컴퓨터 능숙, 키 170cm 이상의 조건까지 요구하니 기가 막힌다”라고 썼다.
35세는 중국 구직자들 사이에서 고비로 꼽힌다. 35세가 넘으면 좋은 일자리를 얻기 쉽지 않아 ‘35세의 저주’라는 말도 있다. 특히 경쟁이 심한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35세면 회사 고위직으로 승진할 사람을 제외하고 떠밀려 사직하는 경우가 많으며 재취업도 쉽지 않다. 중국은 인식 개선을 위해 2019년 35세 미만에만 국가공무원 시험 자격을 주던 규정을 철폐했다. 그렇지만 불경기와 대졸자 급증으로 취업난이 격화하면서 ‘35세의 저주’가 여러 직종으로 더 퍼지고 있다는 한탄이 나온다.
중국 당정은 지난 16일 발표한 30개 항목의 소비·내수 진흥책에서 고용 지원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