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5년래 외국인 300만명 넘길 것"
해외송금 시장도 성장... 연 20조원 넘겨
시중은행 이어 핀테크사 적극 시장 참여
저렴한 수수료‧빠른 송금 속도 등 내세워
하나銀, 외국인 전용 앱 출시... 성장 속도
핀테크업계 "향후 경쟁 더 치열해질 것"
국내 거주 외국인 300만명 시대가 다가오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해외송금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금융권에선 외국인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도 한창이다. 특히 시중은행과 핀테크사가 이 시장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해외송금 거래액이 늘면 업권 간 경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총인구의 약 5%에 달하는 261만명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 가운데 취업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은 92만명으로, 이 숫자도 곧 100만명이 멀지 않은 시점이다.
법무부도 향후 5년 이내 국내 체류 외국인이 3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면서 지난 9월 ‘신 출입국‧이민정책 추진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법무부는 이번 방안을 통해 외국인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지역사회와 경제 활성화 도모에도 나서겠단 방침이다.
국내에선 외국인 거주자가 늘자 개인 해외송금 시장도 함께 커진 지 오래다. 하나금융연구소가 발표한 ‘국내 해외송금 시장의 변화와 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장기체류 외국인 수는 2012년부터 지속 증가해 2018년 약 125만명까지 늘었는데, 이에 따라 개인 해외송금액 규모도 2010년 약 95억달러(약 13조 3000억원)에서 2018년 134억달러(약 18조 8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업계는 최근 해외송금액 규모가 연간 2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향후 국내 거주 외국인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정부 차원에서도 외국인 인재 유치에 힘쓰고 있는 만큼 개인 해외송금 시장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개인 해외송금 시장 규모가 커지자 국내에선 금융권이 이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모양새다. 특히 기존 해외송금 시장을 주름잡았던 시중은행과 더불어 핀테크사도 속속 참여 중이다. 정부는 2017년 일찍이 해외송금액 규모가 늘면서 시장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은행 아닌 다른 업권에도 시장 진입을 허용한 바 있다.
이후 기재부에 ‘소액해외송금업자’로 등록된 업체 수는 2017년 12곳에서 현재 27곳까지 2배 이상 증가했다. 각각 해외 지급결제 전문 기업 트래블월렛부터 ▲페이게이트 ▲지머니트랜스 ▲핑거 ▲이나인페이 ▲핀크 ▲한패스 ▲센트비 ▲글로벌머니익스프레스 ▲아이씨비 ▲와이어바알리 등이 해외송금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다.
특히 해외송금 서비스를 운영하는 핀테크사 가운데서도 한패스, 센트비 등은 외국인 고객을 집중 공략하고 있다. 두 핀테크사는 총고객 가운데 외국인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에 달하며, 누적 거래액은 1조~2조원을 넘겼다. 센트비의 경우 외국인 고객이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스포츠 경기를 여는 등 다양한 문화 교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해외송금 전문 핀테크사가 내세우는 것은 시중은행 대비 90% 이상 저렴한 수수료와 빠른 송금 속도, 또 외국인을 위한 다국어 지원 서비스 등이다. 서비스 이용 편의성을 높여 외국인 고객들을 적극 끌어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또 송금 가능한 국가 수도 경쟁력 있는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한패스는 총 200여개국으로의 해외송금 서비스를 지원 중이며, 센트비는 50개국가량에 송금이 가능하다.
다만 시중은행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하나은행의 경우 2019년 외국인 전용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앱) ‘하나 이지(Hana EZ)’를 출시한 바 있는데, 지난 8월 기준 송금 건수는 약 223만건에 달하며 누적 송금액은 22억달러를 기록했다.
하나 이지는 총 16개 언어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데, 비대면 계좌개설뿐만 아니라 인증서 발급과 외국인 실명번호 변경서비스 등 외국인 전용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는 점이 성장을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도 2016년 글로벌 해외송금 서비스를 운영하는 머니그램과 손잡고 ‘특급 송금 서비스’를 진행하는 등 기존 서비스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외국인들을 위해 서비스 이용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국내에서 받은 급여소득을 해외로 송금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100% 환율우대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KB국민은행은 최근 모바일뱅킹 앱 ‘KB스타뱅킹’ 내 지원 언어를 총 11개까지 확대했고, 농협은행은 ‘NH-ONE 서비스’를 통해 송금 절차를 간소화하고 수수료 우대 혜택 등을 적용하고 있다.
한편 해외송금 시장 규모가 성장하면서 지난해 기재부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을 통해 무증빙 해외송금 한도를 기존 연 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해외송금 이용자의 편의성도 커졌지만, 개정안 적용이 은행권에 한정돼 핀테크업계선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핀테크업계 관계자는 “은행뿐만 아니라 소액해외송금업자들에도 고객 편의성 제고 차원에서 해외송금 한도 상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재부도 이에 공감해 금융권 관계자들과 다시 모여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핀테크업계에도 해외송금 한도가 은행권과 같은 10달러로 상향될 것이라는 추측이 다수를 이뤘지만, 업계는 확실시될 때까진 안심할 수 없다며 지속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한 핀테크사 관계자는 “해외송금 한도가 높아지는 건 일단 좋은 일이지만 아직은 확정된 게 아니”라면서도 “여러 업권에 공통 적용 시 향후 해외송금 시장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