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1일 ‘변화와 혁신’의 깃발을 내건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이 출범하며 농협 전반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취임 다음날부터 현장을 돌며 농업·농촌·농협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농협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들을 설정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하나씩 찾아갔다. 농협 내부적으로도 ‘농업·농촌 실익 강화’를 중심에 두고 사업 전반의 틀과 판을 새로 짜는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됐다. 한국 농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농협의 변화는 농업·농촌에 미치는 영향도 컸다.
◆쌀=올 한해 농협을 지배한 키워드는 뭐니 뭐니 해도 ‘쌀’이다. 농협은 ‘범국민 쌀 소비 촉진 운동’을 연중 전개했고, 모든 농협 임직원들이 ‘밥 먹는 문화’ 조성과 쌀 소비 촉진 바람을 일으키기 위해 두 팔을 걷었다.
이달 중순까지 농협이 쌀 소비 촉진 운동으로 소화한 쌀은 총 5만1387t으로 목표치 5만t을 훌쩍 넘겼다. 지방단치단체·유관기관 등과 협업한 범국민 아침밥 먹기 운동으로 1만8367t, 수출 및 사은품 공급으로 8020t, 가공용 쌀 공급으로 2만5000t을 소비했다. 특히 중국 ‘광둥성 공소합작연합사’와 업무협약을 해 쌀 1000t을 수출하는 전례 없는 성과를 올렸다.
이와 함께 11월11일 농업인의 날 행사에서 ‘올해 벼 매입가를 지난해 이상으로 설정하는 지역농협에는 지난해산 매입에 따른 손실분 전액을 보전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달 농협이 최초로 개최한 ‘2024 우리쌀·우리술 케이(K)-라이스페스타’에는 쌀 관련 250여곳 업체가 다양한 가공품을 선보이며 이슈 몰이를 했다. 이같은 농협의 쌀 소비 촉진 운동을 두고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농·축협 중심=강 회장은 취임 후 약 10개월 동안 농·축협 240여곳을 방문했다. 농·축협이 당면한 현안을 중앙회가 함께 고민하며, ‘농·축협 중심의 농협 구현’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다. 4월에는 전국 1111명 농·축협 조합장이 모두 참여하는 ‘2024 조합장 소통공감 포럼’도 열었다.
농협중앙회는 농·축협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무이자자금 규모를 기존 13조원에서 15조원으로 확대했다. 농협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는 ‘농협이념교육과정’도 시작됐다. 8월 시작된 이후 농협 임직원 4276명이 교육을 받았다. 조합장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 이념과정’에도 533명이 참여했다.
◆100대 혁신과제=3월11일 열린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취임식에서 농협은 ‘희망농업, 행복농촌’ 구현을 위해 ‘농사같이 100대 혁신과제’를 발표했다. 8월 범농협 사업 총괄·조정을 목표로 신설된 농협중앙회 미래혁신실이 과제 추진의 중심을 잡고 있다. 올해 100대 과제 중 25건이 이행됐다. 상호금융 경쟁력 강화 방안 마련, 지자체 협력사업 확대, 농·축협 채권 매입 금액 최대화 등의 과제를 완료했다.
◆제도개선=농협은 정부·국회를 설득해 농민과 농·축협에 실익을 주는 굵직한 제도개선을 이뤄냈다. 우선 내년도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재원(정부 출연)을 1500억원 확보했다. 지난해 0원, 올해 300억원에 비해 크게 늘어난 규모다. ‘농지법 시행령’ 개정도 이끌어내, 내년 1월부터 농업진흥구역 내 농자재판매장 설치가 허용된다. 규제 탓에 농지에 농자재판매장 설치를 못하고 있던 64곳 농협이 당장 혜택을 볼 것으로 기대된다. 농협 상호금융도 연초부터 ‘규제완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정부로부터 ‘농·축협 대손충당금 적립 비율 120% 상향 적용’ 시점을 당초 올 12월에서 내년 6월로 연기하는 성과를 끌어냈다. 농협상호금융은 연초 계획보다 3000억원 이상 수익을 초과 달성했다. 상호금융권 최초로 여수신 800조원 시대도 열었다.
◆글로벌 농협=강 회장은 7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국제협동조합농업기구(ICAO) 집행위원회에서 ICAO 회장에 선출되며 “실질적인 성과를 가져오는 해외 협력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장은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이사도 함께 맡고 있다. 이런 기조 속에 중국 협동조합과 협력해 쌀부문 최초로 수출 성과를 냈고, 인도비료협동조합과 합작법인 규모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 내년 유엔(UN·국제연합)이 정한 ‘세계 협동조합의 해’를 맞아 주요 협동조합 대표를 국내로 초청해 협력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사회공헌=농협중앙회는 5일 행정안전부가 주최한 ‘2024년 전국 자원봉사자대회’에서 대한민국 자원봉사대상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농민들에게 무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농촌 왕진버스’를 비롯해 취약농가 인력 지원사업, 범농협 임직원 소액 기부 캠페인 등의 성과를 인정받으면서다. 새 농협이 핵심가치로 ‘국민의 농협’을 설정하고, 재해지역 생필품 지원과 밥차·세탁차 운영 등에 적극 나선 점도 반영됐다.
김해대 기자 hdae@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