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금, 한국 사모펀드에 ‘러브콜’…출자 논의 잇따라[시그널]

2025-09-16

해외 대형 기관투자가(LP)들이 한국 사모펀드(PEF) 시장에 잇따라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미 연기금과 중동·아시아 국부펀드 등 이른바 ‘큰손’ 투자자들이 국내 운용사를 직접 찾아가 설명을 듣고 출자를 검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동안 극소수의 대형 운용사에 자금이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한국 내 출자 대상을 넓히겠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다양한 운용사들이 글로벌 기관의 출자 협의 대상에 포함되는 분위기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테마섹과 싱가포르투자청(GIC),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등 해외 대형 LP들이 올 들어 다수의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를 찾아 출자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업계의 이목을 끈 것은 미국 하버드대학 운용기금(HMC)의 움직임이다. HMC는 최근 국내 중견 운용사인 프리미어파트너스 출자를 검토하며 실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최상위권 대학기금이 한국 운용사에 직접 접근해 심층 검토에 들어간 것은 이례적이다. 아직 출자 확정 단계는 아니지만, 해외 기관이 한국 운용사를 실사 대상으로 올렸다는 사실만으로도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해외 LP들의 출자는 국내에서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이스트브릿지 등 소수 대형 운용사에 집중됐지만, 최근 들어 그 범위가 토종 사모펀드로 점차 넓어지는 모습이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는 올해 3호 블라인드펀드를 1조 6000억 원 규모로 조기 마감했다. 특히 이번 펀드에는 해외 앵커 출자자로 CPPIB가 처음 참여해 약 1억 달러를 약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국내 순수 토종 운용사가 글로벌 최상위 연기금으로부터 의미 있는 금액을 유치한 사례가 드물었던 만큼,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 운용사에 대한 글로벌 신뢰가 본격적으로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중국 시장의 지정학적·규제 리스크가 커지면서 해외 LP들이 대체 투자처로 한국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북미 연기금을 중심으로 한국 PEF에 대한 자금 배정이 확대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해외 연기금들의 한국 익스포저 확대도 눈에 띈다. CPPIB는 지난해 말 퍼시픽자산운용과 1조 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합작을 체결하는 등 실물·인프라 영역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이는 연기금이 한국 자산군을 전략적 투자지역으로 보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국내 자금 조달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운용사들도 해외 자금 유치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금융회사의 사모펀드 출자에 대한 규제 강화와 연기금의 출자 축소 여파로 국내 자금만으로는 대형 블라인드펀드 결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하다. 이 때문에 운용사들은 해외 LP 풀을 넓히기 위해 IR 활동을 강화하고, 트랙레코드·거버넌스·위험관리 체계 등 ‘글로벌 스탠더드’를 갖추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랜우드PE와 프리미어파트너스 사례를 감안할 때 성과와 일관된 전략을 제시한 운용사에 해외 자금이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투자 회수까지 이어지는 명확한 가치창출 사례와 기관 수준의 리스크 관리·공시 체계를 갖춘 국내 운용사가 늘어날수록 글로벌 자금 유입도 한층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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