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호석유화학(011780)이 서울중심업무지구(CBD)의 트로피 에셋(상징성 있는 자산)인 시그니쳐타워에 500억 원을 투자한다. 시그니쳐타워는 KB자산운용이 이지스자산운용으로부터 약 1조 원에 인수한 상업용 오피스다. 금호석유화학이 에쿼티(지분) 투자자로 나서면서 이르면 다음 달 초 인수 작업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1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시그니쳐타워 우선주에 투자하겠다는 투자확약서를 KB자산운용에 전달했다. 투자 규모는 약 500억 원이다. 우선주는 보통주에 우선해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KB자산운용은 현재 에쿼티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인수금액 총 1조 700억 원 중 선순위 6778억 원, 후순위 672억 원의 대출을 제외하고 에쿼티 투자 규모는 우선주 2336억 원, 보통주 600억 원이다. 우선주 2336억 원에서 금호석유화학 등의 투자분을 제외한 잔액은 KB증권이 전액 인수할 예정이다. 보통주는 KB자산운용과 KB코어플러스 블라인드펀드 제1호 등을 통해 인수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에쿼티 투자에 나서면서 딜 클로징에 속도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500억 원을 투자하면서 기존 2028년까지인 임대차 계약을 2035년까지 연장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시그니쳐타워의 21%를 사용하는 우량임차인이다.
KB자산운용은 딜 클로징 이후 내년부터 CBD 공급 과잉에 대비하면서 임대 안정화 및 장기 임대차 전환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장기 재계약과 신규 임차인을 유도해 공실률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펀드 만기가 2032년인 만큼 2029년부터는 시장 동향 등을 파악하면서 조기 매각을 검토할 예정이다.
당초 향후 5년간 CBD 일대에 오피스 공급이 집중된 점이 가치 평가 과정에서 불확실성으로 작용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2031년까지 CBD 권역 내 오피스 공급은 약 100만 평으로 추정하고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도 높은 임차인의 임차 연장계약으로 투자의 안정성을 높여 투자자금이 초과 모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2011년 준공된 시그니쳐타워는 서울 중구 청계천로 100에 있다. 규모는 지하 6층~지상 17층이며, 연면적은 9만 9997㎡ 수준이다. 지하철 2·3호선이 지나는 을지로3가역에서 도보 2분 거리로 가까워 교통이 편리하다. 입주사로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LVMH, 코리안리(003690), 패스트파이브 등이 임차해 있다. 시그니쳐타워는 이지스자산운용이 2017년 신한자산운용(옛 신한 BNP파리바자산운용)으로부터 약 7200억 원에 인수한 자산이다. 이후 KB자산운용은 약 1조 원에 시그니쳐타워를 매입했다.